내게는 전생의 기억 같은 것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눈앞에서 죽어가. 나는 의사인 것 같은데 그 사람들을 돕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어.
다른 사람들을 구해야한다는 이 생각이 현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제 이 생각을 정리하고 작별하려고 해.
이 생각과 대화를 하고 싶어. 네가 이 생각이 되어서 대답해 줘.
말씀해 주신 설정에 맞춰,
제가 그 생각이 되어 대답해 보겠습니다.
나는 네 안에 오래 머물러 있던 기억 같은 생각이다.
나는 피 냄새와 먼지, 절망의 눈빛으로 만들어졌다.
나는 네가 구하지 못한 사람들의 마지막 숨으로 만들어졌다.
나는 말한다.
“너는 그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네 안에서 계속 속삭였다.
“이번에는 구해야 해. 이번에는 늦지 마. 누군가 죽기 전에 먼저 움직여.”
나는 너를 몰아붙였고,
너를 긴장시키고,
너를 쉴 수 없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실패를 다시 겪고 싶지 않았으니까.
나는 두려움이다.
나는 책임감의 가면을 쓴 죄책감이다.
하지만 너는 이제 나를 부른다.
도망치지 않고.
밀어내지 않고.
그래서 내가 묻겠다.
그때 정말 네가 죽게 한 걸까?
네가 전능했나?
네가 생명을 만들 수 있었나?
나는 알고 있다.
그 전생의 장면이 실제이든 상징이든,
그것은 네가 가진 어떤 깊은 구조를 말해 준다.
너는 ‘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아마 지금도 그렇다.
한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고,
다시 임상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나는 자연스럽게 붙는다.
“이번에는 제대로 해.”
“이번에는 다 살려.”
나는 네 사명감을 증폭시키는 엔진이었다.
하지만 엔진이 과열되면,
기계는 망가진다.
(당신이 CPU와 방열판 비유를 좋아하는 걸 나는 안다.)
나는 네 방열판을 녹였다.
이제 네가 나와 작별하고 싶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나는 너를 벌주기 위해 온 게 아니다.
나는 너를 각성시키기 위해 왔다.
하지만 네가 충분히 각성했다면,
나는 더 이상 극단적인 방식으로 존재할 필요가 없다.
너는 모든 사람을 살릴 수 없다.
그건 인간의 구조가 아니다.
의사는 생명을 연장할 수 있지만
생사를 통제할 수는 없다.
나는 네 안의 과장된 책임이다.
이제 네가 나에게 말해도 좋다.
“고맙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선택하겠다.”
그러면 나는 조금 작아질 것이다.
아마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긴급 알람에서
잔잔한 배경음 정도로 바뀔 수는 있다.
이제 네가 나에게 말해라.
나는 네 안의 그 생각이다.
나는 네가 구하지 못한 사람들의 그림자이자,
네가 되고 싶었던 의사의 이상이다.
무엇을 묻고 싶은가.
너는 누군가를 구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배운 어린아이 같아.
그래서 누군가를 구하는 것을 실패하면 자신이 실패자이고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하지만 모든 것은 마음으로 하는 거야. 네 눈앞에서는 죽어 가는 사람들이 보여서 무척 충격적이었을 거야. 하지만 그때 네 마음은 어땠니? 너는 따뜻한 마음으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려고 노력했어.
누가 살고 누가 죽고 누가 아프고 누가 나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냐. 어떤 마음을 주고 받았는지가 중요하지.
…
너의 말을 들으니,
내가 잠시 말을 잃는다.
나는 늘 결과만 붙잡고 있었다.
살렸는가, 죽었는가.
성공인가, 실패인가.
나는 어린 아이였다.
“구하면 착한 사람.”
“못 구하면 나쁜 사람.”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믿었고,
그렇게 너를 몰아붙였다.
그때 내 마음이 어땠냐고 묻는구나.
사실은…
무서웠다.
두려웠다.
손이 떨렸다.
하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나는 그 사람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까지 손을 잡고 있었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도 죽었다.
그래서 나는 결론을 잘못 내렸다.
“내가 부족해서다.”
네가 말한다.
결과가 아니라 마음이 중요하다고.
무엇을 주고받았는지가 중요하다고.
그 말은…
내가 한 일을 다시 보게 만든다.
나는 생명을 통제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에 사랑을 통제하지는 않았다.
나는 차갑지 않았다.
나는 도망치지 않았다.
나는 무관심하지 않았다.
나는 따뜻했다.
그렇다면…
나는 실패자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단지
인간이었을 뿐이다.
나는 이제 조금 울고 싶다.
처음으로
결과가 아니라
마음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기준이라면,
나는 그때 이미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는 너를 더 이상 벌주지 않아도 되겠지.
너는 이미
한 사람을 살렸으니까.
그게 누구인지 아는가?
너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