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수면제를 추가로 먹고 잤다.
아침에 중간에 안 깨고 6시에 깼다. 이부자리에서는 7시에 일어났다.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은 안 난다.
오늘은 원래 아버지의 밭에 잡초 방지 작업을 하러 다 같이 갈 예정이었다.
엄마가 며칠 전에 전화를 하셔서 밭에 일손이 부족하니 같이 가자고 한 것이 시작이었다.
나는 속으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착한 아들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거기 가면 주변 경치 좋은 곳도 구경할 수 있다고 나 자신을 스스로 설득했다.
누나가 어제 전화를 해서 내 지금 상태가 외출에 위험하니 나는 집에 있고 나머지 가족들만 가는 게 좋겠다고 했다.
나는 혼자 집에 있는 게 싫다고 했고 그럼 우리 가족 전부 안 가겠다고 했다.
오늘 저녁에는 첫째가 귀국하는 날이라 데리러 가야 하기도 하다.
처음부터 무리한 계획이었다.
결국 내 처음 마음대로 잘 되었다.
이런 경험들이 주어지는 사건에 나를 내맡기고 그 안에서 내 마음을 알아채고 하는 연습이 되고 있다.
이틀 동안 약을 늘렸더니 글을 쓸 때 살짝 귀찮음이 느껴진다.
자세한 묘사보다는 요약으로 넘어가고 있다.
넥스트레벨힐러 카페에 가입인사글을 올렸다.
내 생각을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 생겨서 좋다.
모두들 환영해 주니 더욱 고맙다.
한참 글을 썼더니 상기되어서 머리를 식히러 인왕산에 올랐다.
연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올라갔던 길로 다시 내려올까 하다가
잠깐 가슴 속에서 옛날 집에 가볼까 하는 생각이 올라왔다.
수성동 계곡 쪽으로 내려가서 통인시장을 지나 옛날 집을 보고 왔다.
원래 대로라면 공사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잠잠했다.
저녁에는 어학연수 갔던 첫째가 돌아온다.
공항 가는 김에 바다 구경을 하게 조금 일찍 나가자고 아내가 말했다.
다른 때 같으면 계획이 변경되는 것에 저항감이 올라왔을 텐데
이번에는 일단 수용했다. 살짝 기대도 되었다.
마시안 해변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에 갔다.
파도 소리 갈매기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깜짝 선물 같았다.
빵을 조금 먹고 비행기 도착 시간에 맞춰 공항에 도착했다.
첫째를 기다리는데 30분이 넘어도 나오지 않았다.
짐을 찾고 있다고 카톡이 왔다.
이때부터 슬슬 불안감이 올라왔다.
'뭔가 잘못된 건가? 짐 잃어버리면 어떡하지?'
에고가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은 네가 나설 때가 아니야. 그냥 조금 기다리면 돼'
잘 타일렀다.
마침내 첫째를 만났다.
어린 나이에 가족들과 떨어져 두 달을 먼 나라에서 잘 보내고 온 게 대견했다.
공항에서 상징적인 장면 하나가 있었다.
첫째가 배낭을 메고 걷고 있으니 아내가 캐리어 위에 올리라고 얘기했다.
그래도 첫째는 자기가 가지고 가고 싶다고 배낭을 메고 걸었다.
부모는 아이가 무거운 짐을 지고 있으면 내려놓게 해주고 싶어 한다.
아내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주려고 한다.
집에 와서 첫째가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내게는 'Always with you'라고 각인된 열쇠고리를 주었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하고 그냥 자동차 키에 달아 두었다.
조금 있다가 양치를 하다가 갑자기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물건 자체 말고 거기 담긴 마음을 느끼려고 하니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 함께 할 수 없었던 시간이 있었고 그게 많이 아팠을 것이다.
'그래 이제 아빠는 항상 너랑 함께 할게. 고마워. 사랑해.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