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가 많이 왔다.
산에 갔더니 폭포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조금 올라가다 보니 바위 위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저 물을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바위 옆에는 '추락주의'라는 팻말이 있었다.
오늘은 평소와 달리 운동화가 아니라 슬리퍼를 신고 오르고 있어서 더 위험했다.
조금 더 지나가다 보니 등산로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는 '이걸 어쩌지?' 하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들었다.
운동화였으면 난감한 상황이었겠지만 슬리퍼이니 지나가는데 문제는 없었다.

잠깐 있다가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이건 아까 내 요청에 대한 응답이다!'
나는 흐르는 물을 만져 보고 싶다고 했고
그 물을 만져볼 수 있는 안전한 장소가 주어진 것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 앞에 있는 건 장애물이 아니라 기회이고 응답이었다.
내가 바라는 것을 '그 바위 위로 흐르던 물'로 한정했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 바람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고 흘러지나 갔을 것이다.
하지만 '산에서 흐르는 물'로 범위를 확장하니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이루어진 응답이었다.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응답이 왔을 때 알아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나를 스쳐지나가는 많은 사건들도
과거의 나의 요청들에 대한 응답일 것이다.
다만 인식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