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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과 아기 고양이

시작은 배드민턴이었다. 추석 전 날, 막내가 심심해하길래, '같이 배드민턴 칠까?' 했더니 아주 좋아했다. 한 학기 넘게 학교에서 배드민턴을 배웠지만 나랑 배드민턴을 친 건 처음이었다. 저질 체력이던 막내는 갑자기 에너자이저가 됐다. 오전에 마당에서 시작해서 오후에는 골목에 진출했다. 오후에는 피곤해서 나는 쉰다고 하고 엄마를 대신 내보냈다. 한참 지난 후 막내가 집에 들어왔는데 셔틀콕 두 개가 지붕에 올라갔다고 했다. 별거 아니지만 막내는 셔틀콕 잃어버린 게 마음에 걸린 것 같았다. '셔틀콕 찾으러갈까?' 사다리를 들고 집을 나서니, 막내가 아주 신나 했다. 덩달아 나도 신났다. 셔틀콕 한 개는 '서촌 181'이라는 술집 지붕에 올라갔는데 마침 사장님이 나와 계셨다. 사다리 놓고 살펴봐도 되냐고 했더니..

다둥이아빠 2022.09.14

고장난 스피커

어제 거실에 있는 스피커가 고장 났었다. 컴퓨터에 연결된 5.1 채널 스피커인데 앞쪽 스피커 하나가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었다. 케이블을 바꿔가며 확인해보니 스피커는 멀쩡하고 앰프의 문제였다. 전 같으면 속을 열어서 열심히 고쳐봤을 텐데 귀찮기도 하고 이 참에 새거 하나 살까 하고 그냥 두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앰프를 열어 봤지만 딱히 이상한 부분이 보이지 않아서 다시 닫았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그냥 한 번 열고 닫기만 했는데 소리가 다시 제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이런 경우가 꽤 있었다. 고장 난 전자제품을 그냥 열어보기만 했는데도 고쳐지는 기적(?) 같은 일 말이다. 나는 전자제품을 쓸 때 소중하게 다룬다. 그래서 내가 쓰는 물건들은 고장이 잘 안나고 고장이 나도 잘 고쳐진다..

다둥이아빠 2022.09.13

갤럭시 폴드 - 하나도 부럽지가 않다

내 주변에도 갤럭시 폴드 사용자가 있는 걸 보면 꽤 잘 팔리나 보다. 하지만 나는 하나도 부럽지가 않다.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 같다. 벌거벗은 모습이 부러울 이유가 없다.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에헤헤, 가운데 주름 있는데~' 그런데 이제 다른 사람들도 말하기 시작했다. https://youtu.be/5iPpMTWfZLQ 모바일 기기에서 큰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서 접기도 하고 말기도 하고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큰 화면의 본질은 뭘까? 눈 안에 큰 상을 맺히게 하면 된다. 화면이 꼭 클 필요는 없다. 어쩌면 모바일 디스플레이 혁명은 디스플레이 이외의 곳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연구 중이다.

다둥이아빠 2022.09.13

현명한 타조

둘째랑 식탁에 앉아 있다. 둘째는 식탁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런저런 것들을 그리다가 머리를 땅 속에 숨기고 있는 타조를 그렸다. 다른 때 같으면 타조 참 어리석다 생각하고 넘겼을 텐데 다른 생각이 반짝하고 지나갔다. '타조 참 현명하구나.' 천적처럼 실체가 있는 두려움에 저런 식으로 반응한다면 진작에 도태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체가 없는 두려움에 저렇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런 두려움은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고 주변을 차단하는 것으로 해결된다면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자연은 현명하고 똑똑하다. 멍청하고 비효율적인 것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나는 멍청한 것을 싫어한다. 전에는 내가 똑똑해서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라 여기고 그런 생각을 꼭꼭 숨기려 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멍청한 것은 싫어할 ..

다둥이아빠 2022.09.09

존댓말

둘째랑 얘기하다가 존댓말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아빠, 존댓말 써야 된다고 하는데 존댓말로도 놀릴 수 있지 않아요?' 그렇다. 적절한 지적이다. 조롱은 오히려 존댓말이 제맛이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니까 존댓말을 쓰게 되는 것이지 존댓말을 쓴다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회사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었다. 대표와 이사가 직원들에게 종종 반말을 섞어 쓰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대표랑 이것에 대해 면담을 했다. 대표는 '직원들에게 반말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 진심이 아닌 것이다. 이에 대해 한의사로서 대표님이 직원들에게 마음을 열고 있지 않다는 진단을 해주었고 다행히도 대표님이 상황의 심각성을 받아들였다. 말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이 아..

다둥이아빠 2022.09.09

자살, 저출산

우리가 사는 세상을 온라인 게임에 비유하자면 자살은 게임을 다 즐기기 전에 스스로 접속을 끊는 것이고 저출산은 게임이 인기가 없어서 신규 사용자가 줄어드는 것이다. 게임 사용자가 자꾸 줄어든다고 로그아웃 버튼을 없애버리면 어떨까? 누가 들어도 이상한 해결책이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게임을 끝날 때까지 꾸역 구역 해야 한다. 신규 사용자가 없다고 돈을 좀 뿌려서 사람들을 모아 오면 좋을까? 이들도 역시 게임이 재미없는 것을 금방 알게 될 거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게임이 재밌으면 된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이 게임, 아주 잘 만든 게임이다. 사실 아주 재미있다. 사람들이 재미없어하는 이유는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서 그렇다. 자기 레벨에 맞는 퀘스트부터 순서대로 해야 되는데 뭐가 뭔지도 모르고 인기 있는 퀘스트에..

다둥이아빠 2022.09.08

도미노 피자의 추석

태풍 힌남노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 안 갔다. 나도 휴가를 내고 집에서 점심에 피자를 시켜 먹었다. 추석이라고 피자 박스 디자인이 바뀌어 있었다. 아이들의 반응은 '추석에도 혼자 배달해' '너무 쓸쓸해 보여' 였다. 저 포장을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결재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아이들도 보이는 게 안 보이나?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그냥 이런 참사가 안타깝다.

다둥이아빠 2022.09.06

우리 아들 혹시 천재?

태풍 힌남노가 지나갔다. 그 때문에 애들은 오늘 학교에 안 갔다. 애들이랑 있으려고 재택근무 신청을 했다가 일하기 싫어서 연차로 바꿨다. 뭐할까 하다가 한 번 읽고 버리려고 '논어'를 꺼내 들었다. 얼마 전 아내가 책 좀 버리라고 했다가 다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이래라저래라 말이 참 많다. 쓸만한 말도 있긴 한 데 공자 제자가 한 말은 쓸데없는 말이 많다. 어쨌든 내가 키득거리면서 읽고 있으니 막내가 다가왔다. 어떤 사람이 항상 세 번 생각하고 행동했는데 공자가 '두 번이면 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막내에게 이 말을 해줬더니 어? 세 번 생각해야 되는데요? 할까? 한 번. 하지 말까? 두 번. 해야지(아니면 하지 말아야지). 이렇게 세 번. 이 말에 껄껄 웃었다. 그리고 또 이런 제목이 ..

다둥이아빠 2022.09.06

우영우 = 박은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재미있게 봤다. 배우 박은빈에 대한 칭찬 기사들도 쏟아져 나온다. 우영우는 참 매력적이고 사랑스럽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 배우 박은빈에게서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배우 박은빈. 예쁘고 모범적이다. 하지만 우영우 이외의 다른 캐릭터에서는 매력적이지 않다. 예전의 나랑 비슷하다.(내가 예쁘다는 말은 아니다.) 뭔가 알맹이가 빠져있다. 잘하려는 마음만 있고 뭐가 중요한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영우가 사랑스러울 수 있었던 건 우영우라는 캐릭터가 배우 박은빈을 가장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우영우와 박은빈 모두 무언가를 아주 잘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부족하더라도 솔직한 건 사랑스럽다. 우영우처럼. 박은빈은 우영우 이후에 슬럼프를 ..

다둥이아빠 202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