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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요즘 집안에 귀뚜라미가 많이 보인다. 올해 유독 마당에 귀뚜라미가 많긴 하다. 들어올만한 구멍은 막는다고 막았는데 어디로 들어오는지 참 신기하다. 예전에는 집 안에 벌레가 있으면 최대한 곱게 잡아서 마당으로 내보냈다. 모든 생명은 귀하다고 배웠으니까. 그러다가 어느 봄에 생각이 바뀌었다. 봄에 문을 활짝 열어 놓으면 기분이 좋다. 그런데 파리들이 들어올 때가 있다. 그러면 좋던 기분이 다시 안 좋아진다. 파리들을 잡아 죽이기로 했다. 동네에 있는 통인시장에 가보면 파리가 길 가운데만 날아다니고 가게 가까이 가지 않는다. 가게에 함부로 접근하는 겁 없고 감 없는 파리는 점점 죽어서 도태되었을 것이다. 우리 집에서도 감 없는 파리들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효과가 있든 없든 간에 집안에 있는 벌레들을 죽이는 ..

다둥이아빠 2022.09.06

짜증에 대한 고찰

첫째 딸은 배가 고프면 엄청 짜증을 낸다. 나도 그랬었다. 그리고 아버지도 그랬었다. 말하자면 집안 내력인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생각해 봤다. 우리 몸은 여러 곳에서 신호를 받는다. 이 신호들을 조합해서 생각이 만들어진다. 이때 어떤 신호에 집중하는지에 따라서 생각이 달라진다. 라디오의 채널을 맞춰서 방송을 듣는 것과 비슷하다. 배고픔은 말 그대로 배에서 나오는 신호다. 그러니까 배고플 때 나는 짜증도 이 신호와 연관이 있다. 단순히 음식이 좀 필요하다는 신호인데 첫째나 아버지의 경우 개체의 생존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로 해석되는 것 같다. 자신의 생존에 위협이 생겼기 때문에 아주 날카로워지고 주변을 살필 여유도 없다. 나의 경우 내가 배고플 때 날카로워진다는 것을 의식하고나서부터는 배고파도 감..

다둥이아빠 2022.09.03

내가 사과라면 - 회사 버전

새빨간 사과 새빨간 사과 반질반질 윤나는 사과 빨갛고 초록잎이 하나 붙은 이쁜 사과 달고 아삭아삭 맛있는 사과 달달한 사과 상큼하고 딱딱한 사과 나무 꼭대기에 있는 노랗고 향 없고 딱딱하고 작은 사과 먼저 새빨간 사과 두 분. 빨간 건 내가 최고. 주어진 틀 안에서 돋보이고 싶은 모범생 스타일. 윤나는 사과, 잎이 붙은 사과. 돋보이고 싶은 마음은 비슷한데 조금 더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스타일. 여기서도 세대차이가 ㅠㅠ 달콤한 사과 두 분. 다른 사람의 기쁨이 나의 기쁨.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희생정신을 가진 분들입니다~ 딱딱한 사과 두 분. 상처받기 쉬운 여린 마음을 가진 분들. 좀 더 세심한 배려를~ 새빨간 사과님~ 빨간 사과들 사이에서 새빨간 걸로 돋보이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요? 톡톡 튀는 젊은 아..

다둥이아빠 2022.08.24

내가 사과라면

내가 사과라면, 어떤 사과가 되고 싶나요? 막내에게 물었다. 막내는 맛있는 사과가 되고 싶다고 했다. 사람들이 맛있게 먹고 영양분도 얻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특한 녀석 첫째는 맛없는 사과라고 했다. 먹히기 싫으니까. 사춘기 소녀다운 대답이다. 하지만 맛없는 사과라고 안 먹히지는 않는다. 맛은 먹어봐야 아는 거니까. 둘째는 언니 따라 맛없는 사과라고 했다. 둘째는 언니를 많이 따라 한다. 생각까지도. 아내는 예쁜 사과라고 했다. 먹기에도 아까운 예쁜 사과. 나도 막내처럼 맛있는 사과가 되려 했었다. 그랬더니 맛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한 입씩 먹으려고 했다. 슬펐다. 나의 향긋함과 달콤함을 알아보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게 이 맛을 전해주고 싶었다. 내가 한의원을 그만둔 이유이다. 이제 나..

다둥이아빠 2022.08.23

사랑풍선

아빠, 사랑이 뭘까요? 우리들은 풍선이란다. 우리를 가득 채워주는 게 사랑이지. 그럼 저는 큰 풍선이었으면 좋겠어요. 너를 사랑으로 가득 채우면 큰 풍선이 될 거야. 얼마만큼 채워야 될까요? 풍선이 예쁜 모양이 될 때까지 채우면 되지. 너무 적으면 쭈글쭈글 모양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너무 많으면 터져 버릴 수도 있으니까. 넣다 보면 네가 바라는 모양이 나오면서 반질반질 빛이 나는 때가 있을 거야. 눌러보면 말랑말랑 하면서. 풍선 밖에도 사랑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니? 그래요?? 아무것도 없는 것을 진공 상태라고 하는데 풍선들이 진공 상태에 가면 다 터져버리지. 나도 채워야 하고 밖도 채워야 하고 너무 어려운 거 아니에요? 알고 나면 어렵지 않아. 그냥 사랑이 많은 곳에 머무르면 돼. 사랑이 많은 곳이요?..

다둥이아빠 2022.08.21

사춘기 딸래미

큰 딸이 중학생이 되면서 방을 따로 만들어 주었다. 그전까지 우리 집은 거실에서 다 같이 모여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 방을 만들어 주었더니 애가 방에서 나오질 않는다. 가족이 다 같이 거실에 모이는 시간은 밥 먹을 때와 같이 영화 볼 때 정도이다. 방에서는 뭘하는지 불도 잘 안 켜고 컴컴하게 있다. 처음에는 저러다가 애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었다. 저렇게 지내다가 어둡고 우울해지면 어쩌나 생각했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큰 애에게는 지금 저런 어두움이 필요한 건 아닐까? 씨앗이 싹을 틔우려면 어두운 땅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어둡고 축축한 흙 속에 있어야 제대로 뿌리도 나오고 싹도 틔운다. 큰 애는 지금 준비 중이다. 엄마, 아빠가 만들어 놓은 씨앗에서 진짜 자신이 되..

다둥이아빠 2022.08.01

어느 게임 개발자 이야기

그는 궁극의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누구나 즐기고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는 게임 말이다. 그러려면 게임이 세상과 닮아 있어야 했다. 그래서 그는 세상에 대해 연구했다. 세상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원리를 탐구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해 연구했다. 인간은 어떤 규칙에 따라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연구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몇 가지 간단한 규칙을 알아냈다. 그리고 이 규칙에 따라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 게임은 몇 가지 도형들로 이루어진 아주 단순한 모습이었다. 모습은 단순했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인간과 세상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기 때문에 몇몇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또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게임 관련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다. 이제는 게임인지 현실인지 ..

잡동사니 2022.07.17

학부모 직업 멘토링

안녕하세요. 저는 1학년 강○○ 아빠 강○○입니다. 저는 지금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어요. 한의사이기도 해요. 그리고 물리학을 전공했어요. 특이하죠? 지금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런 경력을 가지게 되었는지 얘기해 볼게요. 커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지 정한 친구 손들어 볼까요? 벌써 자기 꿈을 정해서 키워나가고 있는 친구도 있고, 아직 뭘 해야 할지 잘 모르는 친구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조급해할 필요는 없어요.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도 자연스럽게 찾게 될 거예요. 저는 어렸을 때 로봇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는데 특히 로봇 태권 V를 좋아했어요. 주인공이 태권 V를 타고 악당과 싸워 물리치는 내용이죠. 거기에 태권 V를 만든 박사가 나오는데 저도 그 박사..

다둥이아빠 2022.05.10

재미없는 일

요즘 하는 일이 재미가 없다. 전에 일하던 사람이 만들어 놓은 지저분한 코드를 만져야 하기 때문이다. 내용 자체가 내가 전혀 관심 없는 분야라서 이기도 하다. 재미없어서 너무 하기 싫은데 또 막상 일을 맡으면 생각보다 너무 잘한다. 이게 문제다. 잘하니까 아무 문제없는 줄 알고 싫은 일을 계속 맡긴다. 잘 되진 않겠지만 싫은 일에는 싫은 티도 좀 내야겠다. 일도 좀 더 천천히 하고.

잡동사니 2022.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