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 16

다둥이 아빠 개발자

나는 다둥이 아빠다. 일단 아이들이 셋이다. 이제는 고양이도 하나 추가다. 자식 같은 내 프로그램들도 있다. 나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내 자식처럼 생각하고 만든다. 예쁘게 만들고 싶고 모두에게 사랑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프로그램에서도 나를 느낄 수 있다. 간결하고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코드를 볼 수 있다. 회사에서 그런 자식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입사 이후 줄곧 다른 사람이 만든 프로그램을 고치는 일만 했다. 아무리 예뻐해주려고 해도 근본 자체가 이상해서 고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지금은 처음부터 새로 만들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있다. 창작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일하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대표가 수년간의 경험을 담아서 엑셀로 만든 프로..

다둥이아빠 2022.09.26

아기 고양이 콩이

콩이가 우리 집에 온 지 사흘째다. 처음에는 별채 방구석에만 있었는데 오늘은 방 가운데로 나왔다. 그리고 저녁에는 거실까지 진출했다. 낚시 장난감을 사주었더니 아이들과 신나게 놀았다. 먹기도 잘하고 싸기도 잘하고 잘 놀고. 콩이는 적응 완료다. 문제는 우리 가족이다. 콩이가 거실로 나오자, 약한 콧물부터 심한 가려움까지 다양한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아토피가 있던 막내는 콩이랑 신나게 놀고 나서 가려움이 아주 심했다. 다행히 잠이 들기는 했는데 앞으로 어찌될 지 잘 모르겠다. 콩이와의 의사소통도 문제다. 콩이는 나름 표현을 잘하는 것 같은데 우리가 아직 잘 못 알아듣는다. 한참을 울어대서 밥을 줬더니 허겁지겁 잘 먹었다. 밥 달라고 계속 얘기한 것이었다. 나는 이제 겨우 사람과의 의사소..

다둥이아빠 2022.09.23

아기 고양이 - 집으로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는데 첫째만 집에 있었다. 다들 어디 갔냐고 했더니, 고양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고 했다. 애들이 결국 일을 냈구나! 추석에 만났던 그 아기 고양이이다.(배드민턴과 아기 고양이) 얘기를 들어보니 동네 아주머니가 잡아주셨다고 한다. 사람을 많이 겁내지 않는 편이라 쉽게 잡힌 것 같다. 잡을 수 있으면 키워보자고는 했지만 이렇게 덜컥 데려올 줄은 몰랐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림이 안 그려진다. 이름은 '콩'이라고 둘째가 벌써부터 지어놨다. 겁을 먹고 켄넬 안에 웅크리고 있는 녀석을 보니 이게 정말 잘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꿈에서 콩이를 볼 정도로 좋아하는 둘째를 생각하면 정말 인연인가 싶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뒤엉켜있다. 우리는 콩이와 함께 살기로 정했으니 이제 콩이의 선택..

다둥이아빠 2022.09.21

비를 기다리며

나는 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다. 어릴 때는 신발이 운동화 하나였는데 비 오면 젖을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비는 불쾌한 느낌과 연결되었다. 이 연결을 알아차린 건 얼마되지 않았다. 알고 나니 비가 나쁘지 않다. 요즘에는 비가 조금 오면 그냥 맞고 다니기도 한다. 발이 젖는 것도 괜찮다. 광화문 광장 개장했을 때 아이들과 같이 발을 적시고 즐겁게 놀았다. 그런데 가을에 비가 많이 오니 다시 문제가 생겼다. 여름에는 슬리퍼를 신고 다니니 젖어도 괜찮았는데 운동화가 젖으면 마르는데 오래 걸린다. 그래서 레인부츠를 샀다. 내가 살 것이라고 생각도 안 해봤던 품목이다. 비싼 것도 아닌데 왜 살 생각을 못했을까. 아직 써 보지는 않았지만 만족도는 높다. 어린아이처럼 비를 기다린다. 작지만 큰 변화이다.

다둥이아빠 2022.09.16

배드민턴과 아기 고양이

시작은 배드민턴이었다. 추석 전 날, 막내가 심심해하길래, '같이 배드민턴 칠까?' 했더니 아주 좋아했다. 한 학기 넘게 학교에서 배드민턴을 배웠지만 나랑 배드민턴을 친 건 처음이었다. 저질 체력이던 막내는 갑자기 에너자이저가 됐다. 오전에 마당에서 시작해서 오후에는 골목에 진출했다. 오후에는 피곤해서 나는 쉰다고 하고 엄마를 대신 내보냈다. 한참 지난 후 막내가 집에 들어왔는데 셔틀콕 두 개가 지붕에 올라갔다고 했다. 별거 아니지만 막내는 셔틀콕 잃어버린 게 마음에 걸린 것 같았다. '셔틀콕 찾으러갈까?' 사다리를 들고 집을 나서니, 막내가 아주 신나 했다. 덩달아 나도 신났다. 셔틀콕 한 개는 '서촌 181'이라는 술집 지붕에 올라갔는데 마침 사장님이 나와 계셨다. 사다리 놓고 살펴봐도 되냐고 했더니..

다둥이아빠 2022.09.14

고장난 스피커

어제 거실에 있는 스피커가 고장 났었다. 컴퓨터에 연결된 5.1 채널 스피커인데 앞쪽 스피커 하나가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었다. 케이블을 바꿔가며 확인해보니 스피커는 멀쩡하고 앰프의 문제였다. 전 같으면 속을 열어서 열심히 고쳐봤을 텐데 귀찮기도 하고 이 참에 새거 하나 살까 하고 그냥 두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앰프를 열어 봤지만 딱히 이상한 부분이 보이지 않아서 다시 닫았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그냥 한 번 열고 닫기만 했는데 소리가 다시 제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이런 경우가 꽤 있었다. 고장 난 전자제품을 그냥 열어보기만 했는데도 고쳐지는 기적(?) 같은 일 말이다. 나는 전자제품을 쓸 때 소중하게 다룬다. 그래서 내가 쓰는 물건들은 고장이 잘 안나고 고장이 나도 잘 고쳐진다..

다둥이아빠 2022.09.13

갤럭시 폴드 - 하나도 부럽지가 않다

내 주변에도 갤럭시 폴드 사용자가 있는 걸 보면 꽤 잘 팔리나 보다. 하지만 나는 하나도 부럽지가 않다.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 같다. 벌거벗은 모습이 부러울 이유가 없다.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에헤헤, 가운데 주름 있는데~' 그런데 이제 다른 사람들도 말하기 시작했다. https://youtu.be/5iPpMTWfZLQ 모바일 기기에서 큰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서 접기도 하고 말기도 하고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큰 화면의 본질은 뭘까? 눈 안에 큰 상을 맺히게 하면 된다. 화면이 꼭 클 필요는 없다. 어쩌면 모바일 디스플레이 혁명은 디스플레이 이외의 곳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연구 중이다.

다둥이아빠 2022.09.13

현명한 타조

둘째랑 식탁에 앉아 있다. 둘째는 식탁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런저런 것들을 그리다가 머리를 땅 속에 숨기고 있는 타조를 그렸다. 다른 때 같으면 타조 참 어리석다 생각하고 넘겼을 텐데 다른 생각이 반짝하고 지나갔다. '타조 참 현명하구나.' 천적처럼 실체가 있는 두려움에 저런 식으로 반응한다면 진작에 도태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체가 없는 두려움에 저렇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런 두려움은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고 주변을 차단하는 것으로 해결된다면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자연은 현명하고 똑똑하다. 멍청하고 비효율적인 것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나는 멍청한 것을 싫어한다. 전에는 내가 똑똑해서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라 여기고 그런 생각을 꼭꼭 숨기려 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멍청한 것은 싫어할 ..

다둥이아빠 2022.09.09

존댓말

둘째랑 얘기하다가 존댓말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아빠, 존댓말 써야 된다고 하는데 존댓말로도 놀릴 수 있지 않아요?' 그렇다. 적절한 지적이다. 조롱은 오히려 존댓말이 제맛이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니까 존댓말을 쓰게 되는 것이지 존댓말을 쓴다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회사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었다. 대표와 이사가 직원들에게 종종 반말을 섞어 쓰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대표랑 이것에 대해 면담을 했다. 대표는 '직원들에게 반말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 진심이 아닌 것이다. 이에 대해 한의사로서 대표님이 직원들에게 마음을 열고 있지 않다는 진단을 해주었고 다행히도 대표님이 상황의 심각성을 받아들였다. 말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이 아..

다둥이아빠 2022.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