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아빠 115

눈높이 교육

제발 쫌. 모르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와 눈을 맞추는 것은 내 아이가 나에게 배움을 주는 스승일 때 몸을 낮춰 예를 표하는 행위이다. 그렇지 않다면 교육 대참사다. 아이에게 부모가 똑바로 서지 못하고 굽신거리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애들이 말을 듣지 않는 거다. 부모가 눈을 내려 아이를 보면 위계가 서고 아이가 눈을 위로 올려 부모를 보면 두뇌가 자극되면서 성장한다.

다둥이아빠 2021.05.30

아내의 코골이

어제 잠들기 전에 아내가 자기에 대한 글은 쓰지 말아달라고 했다. 나는 그러겠다고 거짓말했다. 나에 대해 쓰면서 아내에 대한 글을 쓰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내 부분을 통편집하면 나를 이해할 수 없다. 나도 아내에게 내 블로그 읽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 앞으로는 아내에게 블로그 링크를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니 아내가 이 글을 볼 가능성은 낮다. 설령 이 글을 본다 쳐도 그건 내 블로그를 읽지 않겠다는 말을 어긴 것이니 피장파장이다. ^^ 그리하여 본론은, 내 아내는 코를 곤다! 어제 무슨 대화를 하다가 코 고는 얘기가 나와서 '자기도 코 골잖아' 했더니 '요즘에는 잘 안 골아' 한다. 물론 얼마 전에 내가 '자기 요즘에는 코 잘 안 고네' 하고 말해준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내가 업데이..

다둥이아빠 2021.05.30

좋은 아빠 되기 참 쉽죠?(아들이 있는 경우)

아내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아들 옷을 내가 챙겨주게 되었다. 그런데 집에서 입는 내복에서 소변 냄새가 너무 지독하게 났다. 참을 수 없어서 생전 안 하던 빨래를 두 번이나 했다. 아들내미는 소변볼 때 서서 보는데 옷에 소변을 묻혔나 보다. 아들내미 소변은 아빠도 빨래하게 만든다. 원리는 이렇다. 수컷에게는 영역표시의 본능이 있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자기 냄새로 영역을 표시한다. 아들내미의 소변 냄새는 내게 다른 수컷으로 인식되어서 지독하게 느껴진 것이다. 전에는 못 느꼈었는데 내 감각이 깨어나면서 민감하게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소변을 앉아서 본다. 아내가 그러라고 해서. 그런데 이게 본능을 거스른다. 서서 싸는 게 편하다. 나도 영역표시를 시도해 봐야겠다. 대신 변기 청소는 ..

다둥이아빠 2021.05.30

내가 꿈꾸는 사무실

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일할 때 일이 잘 된다. 그중에서도 제일 잘 될 때는 내가 모아 놓은 mp3파일들을 무작위로 재생할 때이다. 정말 몰입이 잘 될 때는 음악도 내 기분에 맞게 딱딱 나온다. 내 기분에 맞지 않는 노래가 나오면 그냥 넘기면 된다. 내가 내 사무실을 마음대로 꾸밀 수 있다면 사무실에서 음악을 틀 것이다. 팀원들도 같은 음악을 들으면 내 기분과 생각을 그대로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방귀를 틀 것이다. 사무실에서 방귀 참고 일하다 보면 배도 아프고 몸이 불편하다. 집에서처럼 방귀를 편하게 뀔 수 있으면 사무실이 지금 보다 훨씬 편안한 공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팀원들에게 로즈메리 화분을 선물할 것이다. 초록이 함께 숨 쉬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왜 로즈마리인지는 사연이 좀 있는데..

다둥이아빠 2021.05.29

삶의 원칙

오후에 엄마와 삶의 원칙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 삶의 원칙은 '내 마음대로 하기'이다. 그런데 엄마는 자꾸 그러면 안 된다고 하셨다. 이유를 들어보니 남한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또한 가지 원칙 '남한테 피해 주지 않기'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처음 듣고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내 삶의 원칙은 하나였다. 상황을 정리해보니 나는 내 진짜 마음을 찾아서 하나의 원칙이면 충분했고 엄마는 아직 그러지 못해서 두 개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다. 살다 보면 '내 마음대로 하기'와 '남한테 피해 주지 않기'를 동시에 충족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이건 아직 진짜 내 마음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짜 내 마음을 찾으면 마음속의 측은지심, 양심 등이 작용해서 둘이 상충되는 일이 없다. 그러면 ..

다둥이아빠 2021.05.28

크고 싶은 아이, 크고 싶지 않은 아이

막내는 장난치기를 좋아한다. 예전의 진지하고 예민했던 나는 그런 부분이 힘들었다. 말 안 듣고 나를 힘들게 하는 존재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 이런 모습이 이해가 된다. 막내는 마음이 어른이다. 하는 행동도 애늙은이 같을 때가 있다. 마음은 세 아이 중 가장 큰데 몸은 셋 중 가장 작다. 그래서 얼른 크고 싶어 자주 키를 재 달라고 한다. 몸이 클 때까지는 장난을 치면서 마음을 어리게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둘째는 아침밥을 안 먹는다. 밥 안 먹으면 잘 안 클 거라고 하면 자기는 크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둘째는 마음 속에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을 가지고 있다. 그 천진난만함으로 종종 멋진 시를 지어 우리를 놀라게 한다. 가끔 생떼를 쓰면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기도 하지만. 첫째는... 아직..

다둥이아빠 2021.05.28

사고 발생2

어제 아내의 사고 앞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는 신기한 경험을 하면서 놀라웠다. 그러면서 예전에 내가 아팠을 때 아내의 마음은 어땠는지 물어봤다. 생각보다 흔들림 없이 담담했다고 얘기해주었다. 나의 평온함에는 속으로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었는데 아내의 평온함은 감정이 메마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게 무슨 내로남불인가? 다시 생각해보니 내 느낌이 맞았다. 나는 감정이 매우 예민한 편이라 휩쓸리기 쉽다. 그래서 평온함을 지키는 내 모습이 신기할 정도다. 반면에 아내는 감정이 무딘 편이다. 그래서 주변에 휘둘리지 않지만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관찰자 모드를 켜고 평온함을 잃지 않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평온함이 필요할때도 있고 격정이 필요할 때도 있다. 기쁠 때 마음껏 기뻐하고 슬플 때 마음껏 슬퍼해야 한다...

다둥이아빠 2021.05.28

사고 발생

어제 친척들과 송도에 놀러 갔다가 사고가 일어났다. 동서가 스케이트보드를 가져왔는데 아내가 그걸 혼자 타다가 미끄러지면서 발 앞부분을 심하게 삐었다. 예전 같으면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아내한테 온갖 불평을 털어놨을 텐데 어제는 달랐다. 화가 나려고 하는 상태를 느낄 수 있었고 그 상황에서 내가 가장 편한 지점이 어디인지를 찾으려고 하니 화가 스르르 사라지면서 평온한 상태로 있을 수 있었다. 어제 아침에 아내와 삶의 원칙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내가 가장 편안한 위치를 찾으면 된다.'라고 말해 주었는데 그런 생각으로 사고 상황을 대하니 나는 흔들림 없이 있을 수 있었고 사고는 멀리서 일어나는 작은 일처럼 느껴졌다. 이런 상태로 있다면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크게 상관이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에..

다둥이아빠 2021.05.24

내 마음 속에 있던 두 아이

아이 하나 같이 일하던 분이 회사 다니기 힘들다고 해서 머리가 복잡했었다. 산에 가서 이 생각 저 생각해보다가 내 마음속에 있던 아이를 발견했다. 내 마음속 아이는 아빠가 없었다. 믿고 의지할 곳이 없던 아이는 스스로 아빠가 되어야 했다. 충분히 아이로 지내지 못한 채로. 이제 내 마음은 아빠가 되어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아이가 여전히 숨어 있었다. 괜찮아. 아이야. 이제 넌 짐을 내려놓고 아이로 있으면 된단다. 맘껏 뛰어놀으렴. 사랑한다. 아이 둘 아내가 처가 식구들과 여행을 갔다. 집에는 아이들과 나만 남았다. 이제 아이들과 지내는 게 힘들지 않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괜찮지 않았다. 괜히 몸이 피곤하고 기분도 좋지 않았다. 설거지를 하면서 생각해봤다. 내가 왜 이렇게 힘들지? 내 마..

다둥이아빠 2021.05.08

마음 아픈 일

나는 한의사이지만 사람들과 만나서 병을 고치는 일을 두려워한 때가 있었다. 한의학이 뭔지 100%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환자들에게 시험을 하는 느낌이라 미안했다. 그리고 갈수록 사회가 의료사고에 민감해지고 있어서 잘못 치료하면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있을 수 있어서 겁이 났다. 잘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지내다 보니 사람들을 고치면서 잘못해도 문제없는 분야가 있는 걸 알게 되었다. 바로 '마음'을 고치는 일이다. 침놓다가 약 처방하다가 실수해서 부작용이 나타나면 바로 보상을 해야 하거나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마음을 고치다가 실수해도 보상이나 처벌이 따르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이 아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보상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다둥이아빠 2021.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