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아빠

고양이 낚시

밝은영혼 2022. 10. 10. 07:55

휴일에는 보통 늦잠을 자기 때문에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났다.

인기척이 나자 콩이가 쪼르르 와서 인사를 한다.

콩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밥주고 똥 치워주는 사람이다.

콩이의 호감을 사기 위해 화장실을 정리하고 사료를 줬다.

거실에 앉아 있으니 놀아달라고 깨문다.

고양이 낚싯대로 하는 놀이를 좋아하지만 내가 놀아주면 별로 재미있어하지 않는다.

내가 재미없기 때문에 콩이도 그걸 안다.

 

오늘은 조금 다른 전략을 써봤다.

콩이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했다.

콩이가 움직이면 나도 움직이고 콩이가 숨죽이고 있으면 나도 숨죽이고 있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흥미진진한 놀이가 되었다.

움직임은 없지만 콩이와 나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면서

무술 대결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콩이도 재미있는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렇게 몇 번 하니 콩이가 '씩씩' 소리를 냈다.

전에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소리였다.

심박수가 올라가면서 흥분됐다는 표시 같았다.

 

그러다가 문득 입장을 바꿔 생각해봤다.

나를 사랑하는 어떤 존재가 나와 놀아주고 있다면?

내가 닿으려는 목표물을 닿을락 말락 조절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잡지 못하면 실망할 것을 알기 때문에 결국에는 잡게 해 줄 것이다.

하지만 그냥 가져다주면 재미가 없기 때문에 가장 흥미진진한 방법으로 도달하게 해 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단 한 가지 방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