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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자랑

첫째가 학교에서 장기자랑에 나갔다. 친구들과 밴드를 꾸려서 'Rolling in the deep'을 불렀다.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꽤 멋졌다. 공연을 보는 학생들도 그렇게 느꼈는지 인기투표에서 두 번째로 높은 상인 최우수상을 받았다. 첫째는 보컬을 하고 싶어 한다. 작년부터 연습도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길을 가려는 아이를 보는 내 마음은 불안하다. 어떤 때는 끼가 없으니 다른 길을 찾으라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괜히 잘 자랄 수 있는 싹을 꺾는 건 아닌지 걱정하기도 한다. 첫째가 겪는 상황들은 부모도 처음이다. 그래서 둘째, 셋째보다 시행착오도 많고 혼란스럽다.

다둥이아빠 2023.10.13

천동설과 오행

천동설로도 행성의 운동에 대해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행성의 역행에 대해 설명하려면 공전 외에 추가적인 회전이 필요한데 왜 이렇게 회전하는지 설명이 곤란하다. 나에게는 오행이 이런 느낌이다. 어떤 현상에 대해 오행으로 설명은 가능하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 설명이 어렵다. 오행으로 아무리 화려하게 설명해 봤자 그냥 말잔치 같고 번잡하다. 핵심을 놓치고 있는 느낌인데 그 핵심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잡동사니 2023.06.05

콩이의 캣타워

콩이는 나무를 타고 지붕을 올라 다니던 길고양이였다. 한동안 그 사실을 잊고 지냈다. 집에 나지막한 캣타워가 있긴 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을 것이다. 콩이는 이층침대, 냉장고 위 등을 올라 다녔다. 그러다가 마침내 우리 집 안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오를 수 있는 계단이 완성됐다. 캣타워보다 조금 높게 설치한 해먹인데 이걸 발판 삼아서 대들보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오늘 아침 갑자기 올라가서 먼지들을 흩날리는 통에 정신이 없었다. 덕분에 봄맞이 청소를 하긴 했다.

다둥이아빠 2023.03.17

시간을 달리는 아재

삶이 힘든 사람들에게 흔히 하는 조언은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이다. 현재가 좋으면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맞지만 변화를 원한다면 미래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꾼다. (미래 중에서도 오래된 미래다.) 나랑 함께 갈 사람 손~ ----- 내 눈에 띄면 손 안 들었어도 멱살 잡고 끌려갈 수도 있다. 그건 이미 마음의 손을 든 거니까.

다둥이아빠 2022.11.24

고양이는 야행성?

우리 집 고양이 콩이는 우리가 자면 같이 잔다. 같이 안 놀아주니 심심해서 딱히 할 것도 없을 것이다. 6시쯤 되면 와서 일어나라고 얼굴을 핥고 깨문다. 그렇다. 콩이는 삼대가 덕을 쌓아야 만날 수 있다는 개냥이다. (우리 집안 잘은 모르지만 삼대가 덕을 쌓은 것 같다.) 콩이는 하는 게 참 어설픈 고양이다. 나무에 오르려다 주르륵 미끄러지고 점프하다 착지하면서 철퍼덕할 때도 있다. 그래서 더 귀엽긴 하다. 이렇게 독특한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고양이의 특성에 대한 속설들에 의문이 든다. 고양이가 야행성인 건 고양이가 원래 그러고 싶은 게 아니라 먹고 살려다 보니, 먹이들이 야행성이라 어쩔 수 없이 그러는 건 아닐까? 콩이는 알아서 먹으라고 사료를 넉넉히 챙겨 놓는다. 그러면 알아서 적당히 먹기 때문에 식..

다둥이아빠 2022.11.24

두통에는 쇼핑을, 우울에도 쇼핑을

오늘 오후에 머리가 아파서 회사에 얘기하고 일찍 나왔다. 머리도 식힐 겸 쇼핑을 했다. 집에서 입을 편한 옷을 사려고 했다. 아내에게 예뻐 보이려고 아내가 좋아하는 갈매색의 티셔츠를 찾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매장에 가니 딱 있었다. 바지도 그런 색을 사려고 찾아봤는데 여러 군데를 돌아다녀도 없었다. 그냥 포기하고 무난한 밝은 회색 바지를 샀다. 많이 걸은 덕분에 머리 아픈 것도 나아졌다. 비싼 한약 먹어도 머리 아픈 게 낫지만 남는 게 없다. 쇼핑을 하면 자연스럽게 많이 걸으면서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 머리 아픈 게 낫는다. 그리고 덤으로 옷도 남는다. 걸어 다니면서 하는 오프라인 쇼핑과 머리와 손만 쓰면서 하는 온라인 쇼핑은 정확히 반대의 효과가 있다. 기분이 처지면서 우울할 땐 온라인 쇼핑이 좋다..

다둥이아빠 2022.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