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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카드

이사한 후 막내는 통학을 한다.아침에 막내와 같이 나왔는데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교통카드가 없다고 한다.잠시 당황했는데 가만히 있었더니 막내가 스스로 해결책을 냈다.지갑이 있으니 돈을 뽑아서 일회용 교통카드를 사면 된다고 했다.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일회용 교통카드를 사는 데 성공했다. 예전 같으면 교통카드가 없다고 한 순간에 버럭 화를 냈을 것이다.지금은 이런 자동적인 화가 줄어들었다.학교에 조금 늦어도 되고, 교통카드가 없으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면 된다.지금 현재 어떤 경험을 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니이런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한결 여유롭다.

다둥이아빠 2026.09.03

몸과의 대화

몇 년째 사라지지 않는 가려운 증상이 있다.아침에 또 그 가려움이 시작되었다.몸과 대화를 시도해 봤다.'그동안 많이 힘들었지?''너는 계속 신호를 보냈는데 내가 못 알아들어서 미안해.'그 순간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그리고 몇 분 후 가려움도 줄어들었다.이 가려움이 주기적인 것이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또 나타나면 대화를 시도해 봐야겠다.2차 시도.가려움이 또 올라왔다.'아직도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네 말 들어줄게.'갑자기 눈물이 고인다.스스스 가려움이 사라진다.머리는 모르는 일들이 가슴과 배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나는 오랫동안 머리 위주로 살았다.그리고 가슴 위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이 바뀐 후 머리와 가슴은 잘 소통되는 걸 느꼈다.며칠 전 횡격막 아래로는 여전히 막혀있다는 느낌이 들었..

다둥이아빠 2026.08.26

주말 퀘스트

1. 막내가 몰래 게임을 하다 걸렸다.다음날 아침 거실에 막내를 무릎 꿇고 손들고 있게 했다.게임을 하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거지만 몰래하는 건 나쁜 거라고 했다.그전에도 여러 번 몰래하다 걸렸었지만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믿어주는 것뿐이라고 했다.막내가 죄송하다고 했다.그렇게 상황 종료. 2. 첫째가 며칠 전 봐둔 신발을 사도 되냐고 아내에게 전화했다.아내가 안 된다고 얘기했더니 첫째가 갑자기 뚝 끊어버렸다고 했다.집에 와서 첫째 얘기를 들어보니 지하철에서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끊었다고 한다.아내는 집에 와서 별로 심하게 얘기하지도 않았는데 전화를 그렇게 끊었다고 괘씸해했다.추측건대 아내의 말이 내용 자체는 심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감정이 실려있었을 것 같다.아내가 첫째에게 화를 내면서 다시는 그렇..

다둥이아빠 2026.08.25

경주 여행

가족들과 경주 여행을 다녀왔다.박물관에 많은 유물들이 있었지만 내게는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다.내게 인상적이었던 건 어딜 가도 건물들이 나지막해서 온 하늘이 다 보이는 풍경이었다.하늘의 변화를 항상 잘 볼 수 있을 것 같았다.이사 전까지는 우리집에도 옥상이 있어서 나만의 하늘을 가지고 있었다.아파트로 이사하고 나니 하늘 볼 일이 별로 없다. 다시 땅과 하늘 사이에서 사는 날이 오길 바란다.

다둥이아빠 2026.08.14

공연

아내와 첫째의 공연에 다녀왔다.누군가의 조언처럼 꽃도 사들고 갔다.전문가들의 공연이 아니라 애초에 기대는 많이 안 했다. 조명이 켜지고 오프닝 곡이 시작되었다.갑자기 가슴이 쿵쿵거렸다.드럼 소리에 공명하는 것이었다.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징소리로 몸을 치료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었는데그런 치료를 받는 느낌이었다.굳어 있던 가슴을 풀어주는 마사지였다. 음악은 오프닝 곡이 가장 좋았고 나머지는 별감흥이 없었다.관객과의 소통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하고 싶은 걸 무대에서 마음껏 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첫째는 엄마, 아빠가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었는데 말이다.역시 마음을 읽어야지 말에 속으면 안 된다. 요즘 일상을 깨고 안 하던 것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이렇게 또 새로운 경험을 ..

다둥이아빠 2026.08.07

인간탐구 - bgr 모델

인간은 몸과 마음의 통일체다.몸은 물질적 구조를 이루는 하드웨어이고, 마음은 몸과 상호작용하며 인간의 기능을 만들어 내는 소프트웨어다. 몸의 중심 구조는 목과 횡격막을 경계로 머리, 가슴, 배의 세 영역으로 나뉜다. 마음은 작동의 성격에 따라 머리·가슴·배의 세 영역으로 나뉜다.머리 - 사고: 대상을 인식하고 구분하며, 예측하고 방법을 찾는 기능가슴 - 감정: 대상의 가치와 의미를 판단하고, 좋아함·싫어함과 행동의 방향을 만드는 기능배 - 생명: 몸의 상태를 감지하고 욕구를 생성하며, 생존과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능 가장 단순하게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머리: 어떻게 할 것인가가슴: 무엇이 중요한가배: 무엇이 필요한가 여기서 명칭은 기능이 오직 해당 신체 부위에서 발생한다는 뜻이 아니라, 각 기능이 대표적으..

Oops!…I Did It Again

아침에 첫째가 말했다."내일 공연이 있는데 안 오셔도 돼요.""네가 메인으로 서는 무대가 있어?""아니오. 전부 코러스예요.""그럼 안 가도 되겠네." 이렇게 대화는 마무리되었지만뭔가 쎄한 느낌이 들었다.'안 가도 되는데 그럼 왜 얘기한 거지?'스레드에 글을 올려 스친들에게 물어보니 역시 이건 오라는 뜻이다. 앞의 대화에서 나는 두 가지 실수를 했다.첫째, 습관적으로 말을 머리로만 해석했다.말속에 담긴 속마음을 가슴으로 느끼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요즘 계속 연습 중이긴 하지만 몸에 익을 때까지는 말을 아끼고 천천히 반응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둘째, 아이가 어떤 경험을 하는지보다 무엇을 하는지에 집중했다.나의 반응은 '코러스는 중요하지 않고 메인보컬만이 가치 있다'는 것처럼 전달될 수 있다.아이가 무엇을..

다둥이아빠 2026.08.05

다크 모드 & 라이트 모드

주말에 피자를 방문 포장 주문했다.가게 앞에 차를 세우고 막내에게 가져오게 시켰다.바로 준비가 안 되어 있었는지 조금 기다려야 했다.막내는 피자를 들고서 자기가 해냈다는 듯 뿌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왔다. 막내가 이 일화를 일기에 썼다고 아내에게 얘기했다.소소하지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자주 시키자고 했다.아내는 첫째랑 막내는 새로운 걸 시도하는 데 거부감이 크지 않은데둘째가 잘 시도하지 않으려 해서 안타깝다고 했다."둘째는 내 과라서 잘 움직이려 하지 않을 뿐 자기 스타일대로 잘할 거야. 안타까워하지 마.""나는 오히려 첫째가 불안해하면서 과하게 활동하는 게 더 안타까"말하다가 문득 깨달았다.아내에게는 안타까워하지 말라면서나는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참 다르다.아내가 맞다고 하는 건 ..

다둥이아빠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