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과라면, 어떤 사과가 되고 싶나요?
막내에게 물었다. 막내는 맛있는 사과가 되고 싶다고 했다.
사람들이 맛있게 먹고 영양분도 얻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특한 녀석
첫째는 맛없는 사과라고 했다. 먹히기 싫으니까.
사춘기 소녀다운 대답이다.
하지만 맛없는 사과라고 안 먹히지는 않는다.
맛은 먹어봐야 아는 거니까.
둘째는 언니 따라 맛없는 사과라고 했다.
둘째는 언니를 많이 따라 한다. 생각까지도.
아내는 예쁜 사과라고 했다.
먹기에도 아까운 예쁜 사과.
나도 막내처럼 맛있는 사과가 되려 했었다.
그랬더니 맛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한 입씩 먹으려고 했다. 슬펐다.
나의 향긋함과 달콤함을 알아보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게 이 맛을 전해주고 싶었다.
내가 한의원을 그만둔 이유이다.
이제 나는 향기로운 사과가 되려고 한다.
내 향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게로 다가 올 것이다.
정말 좋아한다면 한 입 깨물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