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아빠

FASTFIVE, 결혼해 듀오

밝은영혼 2022. 10. 25. 09:40

우리 회사 사무실은 패스트파이브에 있다.

어제 패파에서 재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컵을 실험하고 있다는 뉴스레터가 왔다.

무려 '리유저블 컵'이란 이름을 달고.

재사용보다는 리유저블이 더 멋져 보인다는 생각 자체도 후지지만 패파는 그보다 더 후지다.

패파에 들어와 보면 어떻게 하면 최대 이윤을 끌어낼 수 있을지 생각한 흔적들이 보인다.

사무실 크기도 책상이 최대한 다닥다닥 들어갈 수 있게 해 놓은 데다 책상 자체도 작은 편이다.

공용공간은 최소한으로만 해놓아서 쉴 곳도 없다.

그러면서 많은 혜택을 주는 것처럼 꾸민다.

우유와 시럽을 무료로 준다.

마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 것처럼.

이런 상징을 잘 아는 교활한 사람이 운영하는 것 같다.

 

출근길에 버스에 붙은 '결혼해 듀오' 광고를 봤다.

성혼 수가 몇십만이 넘는다고 광고하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순수하게 논리적인 추론이다.

듀오가 말하는 성혼 수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누적 값일 것이다.

값을 최대한 늘리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결혼이 성사되는 비율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결혼이 성사되면 듀오는 고객이 줄어든다.

듀오가 최대 이익을 얻으려면 사람들은 많이 모이면서 결혼이 이루어지지 않아야 한다.

듀오에 가면 결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만 주면서

결혼이 이루어지면 안 된다.

듀오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곳일까?

 

기업도 생명체와 같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윤을 낼 수 없으면 죽는다.

하지만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한다면 그냥 괴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