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아빠

반전

밝은영혼 2022. 11. 18. 06:12

회사에 출근해서 내가 뿌린 씨앗들을 거두어들였다.

사람들이 오해했던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불편하게 느꼈을 것들에 대해 사과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이 남았다.

 

그녀는 자신이 화분이라면 선인장 같다고 했었다.

지나가는 말로 해서 본인은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도 못하고 있었다.

평소에 그녀는 나를 좋게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별로 관심도 두지 않았다.

그러다 워크샵에 가서 내 생각들에 대해 길게 얘기할 시간이 있었는데

그녀가 새벽까지 재미있게 들어주었다.

오랜만에 내 얘기를 집중해서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니 반가워서 선인장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리고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어서 그것들에 대해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얘기들이었고,

평소 아무 문제없이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녀에게는 큰 충격이 되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상식적으로 봤을 때 내가 아주 심한 말을 했고

나한테 쌍욕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대표와 면담을 하고 내가 심리적 충격을 직접 겪고 나서야

내가 어떤 충격을 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더라도 대표에게 말해서 이렇게 사건을 키우는 건

그녀가 선인장이기 때문에 선인장처럼 반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가시에 찔리더라도 선인장을 건드린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아플 각오를 하고 그녀에게 잠깐 얘기 좀 하자고 했다.

 

냉랭한 반응을 예상했는데, 생각과 달랐다.

메신저로 보낸 글들에 물결표(~)가 있었다.

직접 얘기를 해보니 내 생각이 완전히 틀린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도 적잖이 충격을 받고 상처를 받았지만

내가 나쁜 의도로 그런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에 이런 얘기를 할 때는 더 예쁜 말로 해주면 좋겠다고 예쁘게 말했다.

내가 하루 쉰 것을 보고는 혹시 내가 상처받지는 않았는지 걱정했다고 했다.

갑자기 전해지는 그 따뜻함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냥 저에 대한 이사님의 생각이 틀린 걸로 할래요'라고 하는데

그 말이 참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선인장에 대해서 아니 그녀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었나 보다.

상황은 그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러고 나서 나를 좋아하는 엄 이사님과도 한참 얘기했다.

생각보다 나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서 놀랐다.

내 대변인을 해도 될 정도였다.

 

내가 바라는 세상이 멀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나는 이미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어서 서로 감사하고 사랑할 수 있는 세상.

그래서 또 감사하고 소중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