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눈이 일찍 떠졌다.
꿈을 꾼 것이 생각났다.
꿈속에서 어떤 젊은 남자와 함께 상가에 갔다. 문을 닫는 시간인데 군데군데 아직 닫지 않은 곳이 있었다. 거기서 그 남자가 나에게 비누 두 개를 사서 주었다. 가게에 미용사 같은 분이 계셨다. 나를 만졌는데 감촉이 아기 피부처럼 아주 부드러웠다. 가게를 나와서 영수증을 보고서 비누 가격 반을 남자에게 주었다.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지금 회사에서 AI 더빙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잘 안 되고 있다. 그래서 접을 것 같다.
이거에 대한 회의를 목요일에 하기로 되어 있다.
AI 더빙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좌절스러웠던 것은 핵심 기술이 없다는 것이었다.
단팥빵 맛집이 되고 싶은데 단팥을 사다 쓰는 꼴이다.
회사에 다른 프로젝트들이 있는데 하나는 판매사원 훈련을 위한 AI 손님 서비스이고 하나는 꿈 분석 서비스이다.
이 두 서비스는 자체 기술로 만든 것들이다.
이 두 개를 응용해서 AI 상담사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내 아이디어이다.
AI와 상담하면서 사용자 내면의 구조를 파악하고 이걸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아울러서 내면 치유를 위한 방법도 제시하는 서비스이다.
대표가 하자고 할지, 시장성이 있을지 여러 질문이 있을 수 있지만
내 마음이 끌린다는 측면에서 개인적으로라도 발전시켜 볼 만한 프로젝트이다.
잠은 깼지만 비몽사몽인 상태로 더 누워있다가 평소 일어나는 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일어났다.
너무 급작스러운 변화는 아내를 걱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막내가 평소보다 일찍 스스로 일어났다.
그리고 수학 문제집을 들고서는 잘 자고 일어났더니 잘 풀린다면서 즐겁게 풀고 있었다.
어제도 느낀 거지만 막내의 하체 부실은 나랑 닮았다.
어제 힘든 코스를 걸은 것도 아닌데 막내도 피곤하고 나도 피곤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내가 에너지가 넘치니 막내도 에너지가 넘친다.
막내랑 나랑 상태 변화가 비슷하다.
아침에 조금 일찍 나와서 회사에 걸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아내도 따라나서길래 생각을 바꿔서 그냥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러 가면서 회사 프로젝트에 대해 묻길래 아침에 떠오른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생각을 말로 해보니 조금 더 구체화되고 자신감도 붙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해서 내 소중한 사무실에 출근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있을까?
집에 오는 길에 막내가 닭꼬치를 사달래서 사가지고 들어왔다.
오늘따라 둘째와 막내가 사이가 좋아서 둘 다 기분이 좋았다.
저녁 먹고 나서도 게임 얘기를 재잘재잘했다.
나는 기운이 남아서 책을 읽으려고 했다.
'스님의 청소법'이라는 책이 집에 있어서 한 챕터를 읽어 봤는데
재미없어서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설거지를 했다.
상쾌하게 찬바람을 맞으면서 음식물 쓰레기도 버리고 왔다.
삶이 달라진 건지 내가 달라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