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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 - 목요일

밝은영혼 2026. 2. 26. 09:43

아내가 불러서 어제저녁에 누나와 동생이 왔다.

긴 시간 같은 말을 반복했지만 내용은 간단했다.

약을 더 먹든지 따로 살든지.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모든 상황은 나한테 불리하고 약을 더 먹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줄였던 약을 원래 용량대로 먹고 한약 한 봉을 더 먹고 잤다.

 

꿈을 꾸었다.
꿈에서 새로운 회사에 입사했다.

임원들이 유명한 배우였는데 알고 보니 회사 안에서 여직원을 괴롭히고 있었다.

 

이번 주에는 6시 반정도 일어났는데 오늘은 다시 예전 기상시간인 7시 20분 정도에 일어났다.

폼롤러로 몸을 풀고 있는데 살짝 배가 고픈 느낌이 들었다.

평소에 안 먹던 아침을 먹기로 했다.

요거트에 블루베리, 견과류, 그래놀라를 넣어서 먹었다.

눈을 감고 씹으면서 생각을 했다.

 

그냥 약을 더 먹자.

내 몸은 지혜로워서 필요한 만큼만 흡수하고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이다.

내 몸을 믿고 내 삶을 믿자.

감사합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눈물이 났다.

내 안에 얼어붙어 있던 고집이 또 하나 녹아 없어지면서 새로운 길이 열리는 느낌이었다.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캡틴 아메리카는 과거의 자신과 맞붙게 된다.

과거의 자신은 'I can do this all day'라고 한다.

현재의 자신도 계속 같은 태도로 싸웠다면 그 싸움은 무한히 이어졌을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 역시 'I can do this all day'였다.
주변에서 아무리 뭐라고 해도 내 고집을 꺾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게 옳다고 생각했다.

고집을 꺾고 나니 팽팽한 긴장이 풀어져서 편하다.

 

토요일로 잡혀있던 병원 예약을 내일로 옮겼다.

지금 주치의의 목표는 내가 목발 짚고 평생 안전하게 사는 것이다.

평생 약을 먹어야 된다는 말이다.

나는 내가 재활을 통해 달릴 수 있게 해달라고 할 것이다.

이 목표에 동의한다면 나는 주치의의 말을 잘 따를 것이다.

내일이 기대된다.

 

처음 이 시리즈를 쓸 때 나의 계획은 한의원에서 짜준 대로 6개월 동안 감약 후 단약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하루 사이에 완전히 다른 스토리가 되었다.
오늘 오후에는 현재 프로젝트를 유지할지 결정하는 회의가 잡혀있다.

나는 거기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PC 소프트웨어에 빗대어 설명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를 이용해서 나의 주치의와 감약을 시도할 예정이다.

 

출근해서 라운지에 서있는데 오랜만에 몸 전체가 똑바로 서있는 느낌을 받았다.


점심에 국수를 먹으러 갔다.

돈가스 잔치국수를 시켰는데 돈가스가 없었다.

다른 때 같으면 화가 치밀어 올라왔을텐데 헛웃음이 나왔다.

내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