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다. 어릴 때는 신발이 운동화 하나였는데 비 오면 젖을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비는 불쾌한 느낌과 연결되었다. 이 연결을 알아차린 건 얼마되지 않았다. 알고 나니 비가 나쁘지 않다. 요즘에는 비가 조금 오면 그냥 맞고 다니기도 한다. 발이 젖는 것도 괜찮다. 광화문 광장 개장했을 때 아이들과 같이 발을 적시고 즐겁게 놀았다. 그런데 가을에 비가 많이 오니 다시 문제가 생겼다. 여름에는 슬리퍼를 신고 다니니 젖어도 괜찮았는데 운동화가 젖으면 마르는데 오래 걸린다. 그래서 레인부츠를 샀다. 내가 살 것이라고 생각도 안 해봤던 품목이다. 비싼 것도 아닌데 왜 살 생각을 못했을까. 아직 써 보지는 않았지만 만족도는 높다. 어린아이처럼 비를 기다린다. 작지만 큰 변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