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막내아들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갔다.
다른 때 같으면 하루 일과 중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였겠지만 오늘은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렇게 편안해지기까지 6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청소를 마쳤는데 내게 와서 이렇게 말한다.
"아빠, 나이 먹는다고 계속 키 크는 건 아니죠?"
"응"
"그럼 얼마만큼 커요?"
"니가 크고 싶은 만큼. 넌 얼마만큼 크고 싶어?"
내 앞에 있는 식탁 벤치에 올라선다.
"이렇게 아빠 만큼이요."
내가 키가 큰 편은 아니다. 손을 내 머리보다 높이 들고 말한다.
"아빠보다 더 클 수도 있어."
엄청 새로운 사실이었는지 아들 눈이 잠깐 커진다.
"그래도 아빠만큼 클래요."
'ㅎㅎ 귀여운 녀석.'
어린이집 갈 준비를 마쳤는데 콩순이 컴퓨터를 하고 싶다고 한다.
요즘에는 웬만하면 다 하라고 한다.
10분만 놀자고 하고 핸드폰으로 10분 타이머를 켰다.
타이머가 울리니 하던 걸 정리하고 비교적 순순히 나선다.
현관문을 나서는데 아까 타이머가 재미있었는지 어린이집 갈 때까지 또 타이머를 하자고 한다.
대충 어림잡아 10분 타이머를 다시 켰다.
골목에서도 기분이 좋은지 '뭐하면서 가지?' 한다.
"차 번호판에 글씨만 읽어볼까?"
우리 아들은 숫자는 다 읽을 줄 아는데 한글은 아직 서툴다.
"아니오, 숫자 읽어볼래요."
쉽고 편한 게 좋은가보다.
"그래, 하고 싶은 대로 해."
번호판을 읽으며 재밌게 간다.
골목을 돌아 시장길로 들어서는데 갑자기 이런 말을 한다.
"아빠, 다른 사람 타이머가 울리는데 아빠 핸드폰 꺼내면 안 돼요."
"아. 우리 타이머 했었지."
"아빠는 아빠가 타이머 했으면서 그것도 까먹었어."
"그러게"
재밌게 얘기하면서 시장길을 걸어가는데 바닥이 지저분하다.
"아빠, 바닥에 담배꽁초랑 쓰레기가 엄청 많아요."
하나하나 가리키며 열심히 얘기한다.
"그러게 담배 피우던 사람은 없는데 담배꽁초는 남았네. 다음에는 담배꽁초도 담배 피우던 사람이랑 같이 사라지면 좋겠다. 쓰레기는 쓰레기 버린 사람이랑 같이 사라지고."
어린이집 앞에 오니 기분 좋게 타이머가 울린다.
문 앞에서 꾸벅 인사하고 어린이집으로 들어간다.
'참 많이 컸구나, 아들'
이 짧은 시간이 이렇게 멋진 순간인지 몰랐다.
알 수 있게 도와준 아이들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