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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둥이아빠

학교에서

밝은영혼 2020. 2. 14. 09:29

학교는 확실히 제 체질이었습니다.

엄마 손을 잡고 처음 학교에 들어갔을 때, 학생들은 자리에 앉고 학부모들은 뒤에 서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자기소개할 사람 있냐고 물어봤는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때 제가 손을 번쩍 들고 나가서 제 이름을 말하고 '송아지'동요도 불렸습니다.

그 순간 제가 참 대견했습니다. 엄마도 참 좋아하셨습니다.

공부를 그다지 많이 하지 않아도 이상하게 학교 성적은 아주 좋았습니다.

방바닥 한쪽에 엎드려서 숙제만 해가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제가 아주 범생이라서 숙제는 꼭 해야만 했습니다.

그 당시 선생들은 숙제 안 하면 때리기도 했는데 맞는 게 무서워서였을 수도 있겠네요.

4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저를 많이 예뻐해 주셨습니다. 마치 아들처럼.

언젠가 시험에서 전부다 100점을 맞은 적이 있는데 저를 업어주실 정도였습니다.

 

중학교 때는 전교생이 700명이 넘었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나보다 공부 잘하는 친구도 많을 것 같았는데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저 지금 상위권이었다고 자랑하는 겁니다. 거의 10위권 내에는 있었습니다.

수학이랑 물리는 경시대회라는 게 있는데 시험을 봐서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것입니다.

학교, 전주시, 전라북도, 전국, 세계 대회가 있습니다.

1, 2학년 때는 수학경시대회를 나갔는데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3학년이 되어서 수학선생님과 과학선생님으로부터 동시에 제안을 받았습니다.

수학경시대회에 나갈지 물리 경시대회에 나갈지.

수학경시대회는 몇 번 나가봐서 익숙하고

물리 경시대회는 처음 하는 거라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수학경시대회는 전처럼 계속 안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물리에는 매력이 한 가지 있는데 수학과 현실세계를 연결시켜준다는 점입니다.

'현실을 관찰해서 수학적인 법칙을 찾아낸다.'

 

그래서 결론은 물리 경시대회!

학교에 과학선생님들은 물리학 공부하신 분들이 드문데 

저를 맡아주신 선생님은 물리학을 공부하셨습니다.

지금의 제가 여기 있을 수 있게 도와주신 고마운 분입니다.

선생님 덕분에 날마다 정규수업 끝나고 남아서 함께 공부를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서울 가면 물리올림피아드 나가려고 원서로 공부하는 애들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지나온 곳에서는 나는 항상 1등이었지만 그런데 가면 내가 몇 번째쯤 될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실전 물리 경시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전주시 1등, 전라북도 1등을 거쳐 전국대회에서도 대상을 탔습니다.

우리나라를 벗어나면 모르겠지만 이 구역에서는 내가 1등이다!

(그래서 내가 해외여행이 별로 안 땡기나?ㅋㅋ)

 

고등학교는 전북과학고에 가려고 했습니다.

제가 물리에 소질이 있어서 거기 가면 더 재밌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저는 전주 풍남중학교를 다녔는데 거기서 과학고 입시 준비반을 만들어서 같이 공부를 했습니다.

그중에 정원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저랑 친한 편이었습니다.

어느 날엔 함께 영화 보러 가자고 했습니다.

그때도 우리 집은 가난한 상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영화는 볼 생각도 못했습니다.

몇 번 거절했는데도 정원이가 영화표 사준다고 같이 보자고 했습니다.

멋진 옷도, 같이 간식 사 먹을 돈도 없어서 제가 초라해 보일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도 정원이는 제 손을 붙잡고 같이 영화관에 가줬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 따라가서 중국 무술영화 본 것 빼고는

처음으로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본 것입니다.

참 고마운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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