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의사이지만 사람들과 만나서 병을 고치는 일을 두려워한 때가 있었다.
한의학이 뭔지 100%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환자들에게 시험을 하는 느낌이라 미안했다.
그리고 갈수록 사회가 의료사고에 민감해지고 있어서 잘못 치료하면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있을 수 있어서 겁이 났다.
잘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지내다 보니
사람들을 고치면서 잘못해도 문제없는 분야가 있는 걸 알게 되었다.
바로 '마음'을 고치는 일이다.
침놓다가 약 처방하다가 실수해서 부작용이 나타나면 바로 보상을 해야 하거나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마음을 고치다가 실수해도 보상이나 처벌이 따르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이 아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보상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것을 중히 여기지 않기 때문에 그에 따른 처벌 같은 것이 잘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마음을 고치는 일은 부담감을 갖지 않고 잘할 수 있는 분야이다.
사회 전체가 마음에 대해 무개념 상태인 게 마음 아픈 일 이긴 하지만
의사로서 환자가 넘쳐나고 마음껏 실험해 볼 수 있는 상태가 좋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