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나
같이 일하던 분이 회사 다니기 힘들다고 해서 머리가 복잡했었다.
산에 가서 이 생각 저 생각해보다가
내 마음속에 있던 아이를 발견했다.
내 마음속 아이는 아빠가 없었다.
믿고 의지할 곳이 없던 아이는 스스로 아빠가 되어야 했다. 충분히 아이로 지내지 못한 채로.
이제 내 마음은 아빠가 되어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아이가 여전히 숨어 있었다.
괜찮아. 아이야.
이제 넌 짐을 내려놓고 아이로 있으면 된단다.
맘껏 뛰어놀으렴. 사랑한다.
아이 둘
아내가 처가 식구들과 여행을 갔다.
집에는 아이들과 나만 남았다.
이제 아이들과 지내는 게 힘들지 않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괜찮지 않았다. 괜히 몸이 피곤하고 기분도 좋지 않았다.
설거지를 하면서 생각해봤다. 내가 왜 이렇게 힘들지?
내 마음 속에 힘들어하는 아이가 있었다.
어릴 적 부모님이 장사를 하러 나가시고 동생과 둘 만 남은 적이 있었다.
나도 아이라 힘들었을 텐데 나는 힘들면 안 되었다.
나는 형이니까.
많이 힘들었겠구나. 아이야.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해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울고 싶은 만큼 울어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