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딸은 배가 고프면 엄청 짜증을 낸다.
나도 그랬었다.
그리고 아버지도 그랬었다.
말하자면 집안 내력인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생각해 봤다.
우리 몸은 여러 곳에서 신호를 받는다.
이 신호들을 조합해서 생각이 만들어진다.
이때 어떤 신호에 집중하는지에 따라서 생각이 달라진다.
라디오의 채널을 맞춰서 방송을 듣는 것과 비슷하다.
배고픔은 말 그대로 배에서 나오는 신호다.
그러니까 배고플 때 나는 짜증도 이 신호와 연관이 있다.
단순히 음식이 좀 필요하다는 신호인데
첫째나 아버지의 경우 개체의 생존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로 해석되는 것 같다.
자신의 생존에 위협이 생겼기 때문에 아주 날카로워지고 주변을 살필 여유도 없다.
나의 경우 내가 배고플 때 날카로워진다는 것을 의식하고나서부터는 배고파도 감정적으로 힘들지 않게 되었다.
어떤 원인에 의해서 배고픔이 짜증으로 해석되는 경로가 설정되었고
이걸 의식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첫째의 짜증은 어떡하지?
듣기 싫어하는 잔소리를 좀 해야겠다.
...
잔소리를 하다가 알게 된 사실.
배고프면 밥 먹으면 그만이다.
자기가 배고프다는 사실을 모르는 게 문제일 뿐.
이걸 가지고 태도가 어떻네, 감정 조절을 못하네 해봤자 해결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