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아빠

폭풍우

밝은영혼 2022. 10. 2. 22:17

한 차례 폭풍우가 지나갔다.

처남네 식구가 집에 왔다.

콩이가 우리 집에 오고 나서 친척들이 오는 건 처음이라 긴장이 되었다.

처남네도 애가 셋이다.

첫째는 우리 둘째랑 동갑인 딸이다.

둘이서 콩이를 잡으려고 함께 쫓아다녔었다.

그런 콩이가 집에 왔으니 엄청 궁금했을 것이다.

그래서 어제 집에 와서 하룻밤 잤다.

 

나머지 둘은 아들이다.

우리 막내와 달리 워낙 활동적인 애들이라서 집에 오면 떠들썩하다.

무슨 사고를 치진 않을까 긴장했지만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 위험한 행동을 해서 조금 혼내기는 했다.

마음을 보면 관심과 사랑이 부족한 아이일 뿐인데

겉모습만 보면 말 안 듣는 말썽쟁이이다.

 

문제는 다른 데서 터졌다.

처남네 첫째와 우리 둘째가 콩이를 데리고 장난을 쳤다.

다리를 벌린 채로 이불을 덮고 콩이가 거기를 지나가게 해서

중심을 잃고 갑자기 떨어지게 하는 장난이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콩이를 씻기겠다고 억지로 화장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콩이는 충격이 컸는지 처음 집에 왔을 때 있었던 방구석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

처남네 가족들이 돌아가고

둘째에게 낮에 했던 일들에 대해 얘기했다.

 

'콩이가 충격이 큰 것 같아.

콩이는 장난감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소중한 존재야.

앞으로 너희가 사랑하게 될 존재들은 소중히 다루어야 해.

아빠는 콩이를 사랑해.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콩이를 함부로 다루면 속상해.'

 

이 얘기를 해주고 나니 갑자기 가슴이 먹먹하면서 슬퍼졌다.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을 함부로 다루는 것은 참 속상하고 안타깝다.

내가 사랑하는 어떤 이는 스스로를 함부로 다루고

또 다른 어떤 이는 내가 사랑하는 나를 함부로 다룬다.

 

글썽이면서 이런 얘기를 아내에게 했더니

'약을 좀 더 먹을까?' 하는 농담 아닌 농담을 했다.

그래도 내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고

이런 얘기까지 아내에게 할 수 있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다행히 콩이도 거실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