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아빠

당황

밝은영혼 2022. 11. 17. 08:36

당황스러웠다.

나는 내 마음 내키는 대로 말하고 행동했을 뿐인데

주변 사람들이 아프다고 하면서 나를 원망했다.

분명 내 눈에는 잘못된 부분, 아픈 부분이 보였고 그걸 말했을 뿐이다.

그걸 말하면서 죄책감이나 불안감, 망설임도 없었다.

 

내가 다시 미친건가?

나는 내 생각대로 살면 안 되는 건가?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혼란스러웠다.

 

하루 휴가를 내고 엄마를 만나서 집밥을 먹고 얘기를 하고 울었다.

그러고 나니 다시 상황이 제대로 보였다.

 

나는 나름 치료를 한 거였다.

막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물어보기는 해요?'

 

귀가 간지러워요

막내가 아침을 먹다가 귀가 간지럽다고 했다. ---------- 어떻게 하면 좋을까? 1. 귀를 긁는다. 2. 귀를 씻는다. 3. 귀를 판다. 4. 귀를 없앤다. 귀 긁을래요. '귀를 없앤다' 웃겨 ㅎㅎ '귀를 없앤다' 웃

tobwithu.tistory.com

물어보지는 않았다.

나는 묻지마 치료를 했다.

(한의대에 가서 침을 좀 배우기 시작하면 막 침이 놓고 싶어 진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원치 않게 침을 맞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번이 비슷한 경우다.)

 

마음이 마비되어서 아무런 감각도 못 느끼던 사람들이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으니 나름 고치긴 고친 거다.

 

하지만 환자가 동의하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예후에 대해서도 미리 설명해야 했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나도 처음이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으니까.

이제 비슷한 경우가 생긴다면 환자의 동의를 구하고 예후에 대해서도 설명해줄 수 있다.

 

내가 아무리 병을 고쳤다고 주장해도

환자가 싫으면 싫은 거다.

원치 않게 묻지마 치료를 경험한 주변인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좋은 의사가 태어나는데 기여했다고 부디 너그럽게 봐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