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배드민턴이었다. 추석 전 날, 막내가 심심해하길래, '같이 배드민턴 칠까?' 했더니 아주 좋아했다. 한 학기 넘게 학교에서 배드민턴을 배웠지만 나랑 배드민턴을 친 건 처음이었다. 저질 체력이던 막내는 갑자기 에너자이저가 됐다. 오전에 마당에서 시작해서 오후에는 골목에 진출했다. 오후에는 피곤해서 나는 쉰다고 하고 엄마를 대신 내보냈다. 한참 지난 후 막내가 집에 들어왔는데 셔틀콕 두 개가 지붕에 올라갔다고 했다. 별거 아니지만 막내는 셔틀콕 잃어버린 게 마음에 걸린 것 같았다. '셔틀콕 찾으러갈까?' 사다리를 들고 집을 나서니, 막내가 아주 신나 했다. 덩달아 나도 신났다. 셔틀콕 한 개는 '서촌 181'이라는 술집 지붕에 올라갔는데 마침 사장님이 나와 계셨다. 사다리 놓고 살펴봐도 되냐고 했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