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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의 첫 전화

막내가 가장 친한 친구를 집에 데려고 전화를 했다. 나한테 전화를 했길래 데려오라고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에게 전화를 건 역사적인 순간이다. 막내에게 아직 핸드폰은 없고 누나한테서 컬렉트콜 거는 법을 배워서 한 거다. 한참을 기다려도 안 오길래 그 친구 엄마에게 전화했더니 그 집에 가서 놀고 있다고 했다. 아내가 그 집에 가서 막내를 데려왔다. 집에 들어서면서 엄마한테 수십 번 전화를 했는데 안 받았다고 얘기했다. 아내는 '나한테 전화 안 왔는데'라고 가볍게 얘기했다. 이때부터 막내가 울기 시작했다. 엄마가 자기를 안 믿어 준다는 것이다. 아내는 잘 모르지만 그 억울함이 얼마나 큰지 나는 이제 잘 안다. 울고 싶은 만큼 울라고 해도 억울함이 쉽게 가지지 않았는지 여러 번 울었다. 이 시점에 아내를 ..

다둥이아빠 2022.11.22

교회

PC방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서 '우리를 통하지 않고는 진짜 서버에 접속할 수 없습니다. 이용료를 내면 진짜 서버에 접속하도록 해주겠습니다.' 라고 말한다면 '게임 잘하고 있는데 뭔 개소리야. 저리 꺼져.' 라고 말할 것 같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 사기에 당하는 어리숙한 사람들이 있다. 교회에는 신이 없다. 신을 팔아먹는 사기꾼들이 있을 뿐이다.

다둥이아빠 2022.11.21

금아이폰 은아이폰

우리 아이들 첫 핸드폰은 갤럭시 S다. 뒤에 아무 숫자도 붙지 않은 첫 번째 S 말이다. 첫째는 핸드폰을 4학년 때 처음 줬다. 둘째는 친구들과 무리 지어 노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을 고려해서 언니보다 무려 1년이나 빠르게 3학년 때 핸드폰을 줬다. 그 후로 내가 쓰던 아이폰5, 엄마가 쓰던 샤오미를 거쳐서 지금은 할머니가 쓰시던 갤럭시를 쓰고 있다. ----- 나와 우리 아이들은 돌고래 유괴단의 광고를 좋아한다. 아침에도 아이들과 광고를 보면서 깔깔 웃었다. ----- 오후에 막내와 둘째를 데리고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낙엽이 깔린 길을 걷다가 막내가 말했다. '떨어지는 낙엽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 대요.' '왜 떨어지는 걸 잡아야 소원이 이뤄질까?' '그건 깨끗하잖아요.' '그럼 나무에 있는 거..

다둥이아빠 2022.11.20

화해

내가 달라지고 나서 과거는 돌아볼 것도 없이 지금 상태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게서 답답했던 지난날의 내가 보이면 호되게 질책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쥐뿔도 모르면서도 남의 말 잘 듣지 않고 답답하고 고집스러운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 지난 날의 나는 나쁜 아이가 아니라 불쌍한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있다면 혼내지 말고 안아주고 위로해줘야 했다. 이 우주 어딘가에 있을 그 아이에게 감사와 위로를 보낸다. 고맙다. 사랑한다. 나는 너를 믿는다.

다둥이아빠 2022.11.18

반전

회사에 출근해서 내가 뿌린 씨앗들을 거두어들였다. 사람들이 오해했던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불편하게 느꼈을 것들에 대해 사과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이 남았다. 그녀는 자신이 화분이라면 선인장 같다고 했었다. 지나가는 말로 해서 본인은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도 못하고 있었다. 평소에 그녀는 나를 좋게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별로 관심도 두지 않았다. 그러다 워크샵에 가서 내 생각들에 대해 길게 얘기할 시간이 있었는데 그녀가 새벽까지 재미있게 들어주었다. 오랜만에 내 얘기를 집중해서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니 반가워서 선인장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리고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어서 그것들에 대해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얘기들이었고, 평..

다둥이아빠 2022.11.18

당황

당황스러웠다. 나는 내 마음 내키는 대로 말하고 행동했을 뿐인데 주변 사람들이 아프다고 하면서 나를 원망했다. 분명 내 눈에는 잘못된 부분, 아픈 부분이 보였고 그걸 말했을 뿐이다. 그걸 말하면서 죄책감이나 불안감, 망설임도 없었다. 내가 다시 미친건가? 나는 내 생각대로 살면 안 되는 건가?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혼란스러웠다. 하루 휴가를 내고 엄마를 만나서 집밥을 먹고 얘기를 하고 울었다. 그러고 나니 다시 상황이 제대로 보였다. 나는 나름 치료를 한 거였다. 막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물어보기는 해요?' 귀가 간지러워요 막내가 아침을 먹다가 귀가 간지럽다고 했다. ---------- 어떻게 하면 좋을까? 1. 귀를 긁는다. 2. 귀를 씻는다. 3. 귀를 판다. 4. 귀를 없앤다. 귀 ..

다둥이아빠 2022.11.17

혼자

어제 비로소 내가 혼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족이 있고 직장이 있는 내가 혼자일 리 없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지금 보니 그동안 나의 부자연스러운 말과 행동들은 내가 혼자라는 것을 가리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존재는 콩이 정도다.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직 없다. 그렇게 나는 완벽하게 혼자다. 그래도 내가 나이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 틀린 건 틀렸다고 말하고 흉한 건 흉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껏 그래 왔던 것처럼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

다둥이아빠 2022.11.16

콩이의 발톱

우리 집 고양이 콩이는 발톱을 깎지 않는다. 발톱이 있으면 사람을 할퀼 수도 있고 집안에 있는 물건들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발톱을 놔두는 것이다. 언제든 우리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하게 살펴야 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콩이에게 날카로운 발톱이 없으면 그 귀여움을 참지 못해서 장난감처럼 막 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내에게도 발톱이 필요할까 잠깐 생각했다. 그런데 자꾸 나를 할퀸다. 아내의 발톱은 조금 깎아야 할 것 같다. 나는 발톱이 필요한가?

다둥이아빠 2022.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