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리학을 전공하고 게임 개발자로 일했고, 다시 한의학을 공부했다.

이제 이것들을 엮어서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물리학에서는 대상을 어떻게 이해해 나갈까?

먼저 대상을 관찰한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을 정리해나간다.

이 과정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과감히 생략하거나 무시되기도 한다.

운동 법칙을 얘기할 때 마찰력을 무시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해서 핵심적인 규칙이 드러나면

규칙들을 모아서 대상을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든다.

모델이 만들어지면 이 모델이 대상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 실험을 통해 검증한다.

이 모델이 여러 대상이 보이는 현상들을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으면 법칙으로 통용되게 된다.


빛은 직진한다.

이 현상은 빛을 입자처럼 생각해서 외부에서 힘을 받지 않고 등속으로 운동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빛의 입자 모델이 확립되면 빛의 반사도 입자의 충돌로 설명할 수 있다.

에너지 손실 없이 벽과 충돌하는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

빛이 반사될 때는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설명하는데 모델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이렇게 중요하다.

확립된 모델이 있으면 알고 있지 않은 규칙도 추측해 낼 수가 있다.


게임 개발에서는 반대의 과정을 거친다.

마치 세상을 창조하는 신의 입장과도 같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상과 비슷하게 보이도록 모델을 설정하고 규칙을 정한다.


당구 게임을 만들 때는 고전 역학에서 두 물체의 충돌 모델을 설정한다.

물리 법칙에 따라 회전과 이동, 충돌을 구현하고, 마찰력도 구현한다.

이때 질량, 마찰 계수, 공을 치는 힘의 세기 등 여러 가지 값이 필요하다.

값을 정하는 것이 규칙을 정하는 것에 해당한다.

이 값들이 꼭 실제 값과 일치할 필요는 없다.

적당한 값을 입력하면 당구공이 실제로 움직이는 것과 비슷하게 보인다.


물리학에서는 

 현상 → 규칙들 → 모델

의 과정이라면 


게임개발에서는

 모델 → 규칙들 → 현상

의 과정이 된다.


한의학에는 인체에서 일어나는 많은 현상에 대한 면밀한 관찰들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관찰을 통해 알아낸 규칙들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칙들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모델은 불완전하다.

인체를 오장육부라는 모델을 가지고 오행의 상생상극이라는 관계를 통해 설명하고 있으나 그저 설명을 위한 설명일 뿐이다.

오행의 상생상극을 가지고서는 인체에서 새로운 규칙이나 현상을 추측해 낼 수가 없다.


내가 하려는 것은 인체에 적용되는 규칙들을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인체 역시 물리법칙의 적용을 받으므로 물리학적인 모델이 기초가 될 것이다.

물리학적인 모델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은 게임 개발에서 했듯이 몇 가지 규칙들을 추가해서 현상과 부합하도록 만들면 된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 몸의 여러 가지 활동들은 체액이 어디로 몰려 있는가로 설명될 수 있다.

여기서 '어디로'를 설명할 때 우리 몸의 구획을 나누어서 설명하면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다.


먼저 머리, 가슴, 배로 나누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다.

머리는 따로 떨어져 나와 있고 가슴과 배는 가로막으로 구분되어 있다.

배는 다시 윗배와 아랫배로 구분될 수 있다.


 

 기관

 기능

 머리 

 뇌

 정신 활동

 가슴

 심장, 폐

 호흡, 혈액 순환

 윗배

 간, 위, 췌장, 비장, 소장

 소화, 흡수

 아랫배

 신장, 대장, 방광, 생식기

 배설, 생식


신장의 경우 위치상으로는 윗배의 뒤쪽에 있지만 복부동맥의 분지 상으로 볼 때 아랫배에 분류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상장간막동맥 아래쪽에서 동맥이 분지되는 기관의 경우 아랫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나누면 이제마가 동의수세보원 장부론에서 신체를 폐비간신 네 부위로 나눈 것과 비슷하게 된다.


여기에 인체를 둘러싸고 있는 피부를 추가하면 아래와 같은 그림이 된다.

심장이 1분동안 박출하는 혈액용량(L/min)을 심박출량이라고 한다.

이 값을 단위만 m3/s로 바꿔주면 가슴 부위의 혈류량이 된다.

혈액이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으면 총량은 일정해야 하므로 아래과 같은 관계가 성립된다.


QT = { QC + ( QUA + QLA ) } + QS


QT : 가슴(thoracic) 부위 혈류량

QC : 머리(cephalic) 부위 혈류량

QUA : 윗배(upper abdominal) 부위 혈류량

QLA : 아랫배(lower abdominal) 부위 혈류량

QS : 체표(surface) 혈류량


괄호는 연관성을 가지고 변화하는 무리를 표시한다.

{ }는 인체 내부, ( )는 하행대동맥에 연결된 복부이다.

체표로 혈액이 몰릴 때는 QS가 증가하고 QC + QUA + QLA 가 감소한다.

가슴을 중심으로 위쪽으로 혈액이 몰릴 때는 QC가 증가하고 QUA + QLA 가 감소한다.

하행대동맥으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하는 것이다.


이 식을 통해 앞서 말한 몰아주기가 간단히 설명된다.

QT가 일정할 때 QUA가 증가하면  QC + QLA + Q가 감소한다.

더 정확하게는 QUA가 증가하기 위해  QC + QLA + Q가 감소해 주는 것이다.

윗배로 혈액이 몰리기 위해서는 머리, 아랫배, 피부가 혈관을 수축시켜서 혈류량을 줄여 양보하는 것이다.

윗배에서 음압을 발생시켜서 혈액을 능동적으로 끌고 가는 체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혈액을 몰아주는 것이다.


스트레스받았을 때 밥 먹으면 소화가 안 될 때가 있다.

QC가 감소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QUA가 필요한 만큼 증가하지 못한 것이다.


  



보일러 배관에는 각 방으로 가는 물의 양을 조절하는 밸브가 있다.

밸브를 조절해서 어떤 한 방으로만 물이 더 많이 가게 할 수 있다.

보일러에서 나오는 물의 양이 일정할 경우에 다른 방은 상대적으로 물이 적게 가게 된다.


우리 몸에서는 심장이 피를 뿜어낸다.

각 장기로 가는 피의 양은 혈관의 확장과 수축에 의해 조절된다.

밥을 먹으면 소화기 쪽으로 피가 몰리고 다른 부분은 상대적으로 피가 적게 가는 식이다.


이때 '많다, 적다'라는 표현은 시간당 흐른 부피로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다.

몸에서는 피가 흐르는 것이므로 이것이 곧 혈류량이다.

혈류량은 다시 혈관의 단면적과 혈류 속도의 곱으로 나타낼 수 있다.


Q= v × A


Q : 혈류량(m3/s)

v : 혈류 속도(m/s)

A : 혈관 단면적(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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