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아빠

나의 어린 시절

밝은영혼 2020. 2. 13. 06:15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누구신가요?

 

이 이야기 정말 재미있습니다.

와~ 이 글 쓴 사람 최소 천재(최고 신, 외계인, 태극권 고수, 의사, 초천재 프로그래머, 네오(Neo), 천재 물리학자, 한비광,초딩)

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사람, 지구인, 태극권 1달 배운 초보, 한의사, 프로그래머, 모피어스(Morpheus), 물리 학사, 열혈강호 팬, 44살 아저씨입니다.

 

자 그럼 얘기를 시작해볼까요?

 

저는 엄마, 아빠, 누나, 남동생 이렇게 다섯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둘째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잘 먹고, 잘 입고, 집도 있었지만

제 마음속 우리 집은 찢어지게 가난했습니다.

 

먹는 것은 먹고 싶은 것보다는 싼 거

입는 것은 예쁘고 싼 시장표

사는 집은 전셋집을 전전했었죠.

 

아버지는 싼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날마다 열심히 일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에는 다음 전셋집을 위한 걱정을 늘 가지고 계셨죠.

 

어머니는 싼 시장표 옷을 사주셨습니다.

옛날 제 사진을 보면 어머니가 사주신 옷은 제게 참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지도 못하는 상표 옷들이 싫었습니다.

저는 누구나 다 알아볼 수 있는 Maker(메이커) 옷들이 입고 싶었죠.

여기에 어릴 적 사진을 하나 첨부하면 참 좋을 텐데 

귀찮으니까 패스(pass)

제 모습이 궁금하지만 상상력이 부족한 분들을 위해서 설명하자면

동글동글한 얼굴에 수건 느낌의 노란 셔츠를 입고 방글방글 웃는 모습입니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입학할 때도 노란 잠바(jumper)를 입고 갔네요.

제가 노란색이 잘 어울리나 봅니다.

저는 어린이집도 못 다녔습니다.

날마다 집에서 남동생이랑 놀았죠.

뭐하고 놀았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둘이 있으면 제가 대장이니까요.

하지만 항상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몇 살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교회 앞에 있던 집에 세 들어 살 때 일들입니다.

방바닥에 앉아서 동생한테 사과를 삐죽삐죽 깎아서 줬던 기억이 있네요.

또 그 방바닥에 동생이 똥을 싸서 제가 어찌어찌 치웠던 기억도 있고요.

동생이 엄마 보고 싶다고 하도 졸라서 동생 손을 잡고 엄마, 아빠가 장사하시는 시장에 간 적도 있습니다.

집주인이 대문을 잠가서 대문 앞에서 잔 적도 있었습니다. 

이 기억은 가물가물했는데 엄마가 분해하시면서 몇 번 얘기한 적이 있어서 어렴풋하게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우리 남매들이 다 컸을 때, 그 집주인이 엄마를 보고 싶다고 전화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 남매들이 학벌도 좋고 다 잘 됐다는 소식을 들은 모양입니다.

저는 서울대 물리학과, 누나는 이화여대, 동생은 서울대 건축학과를 나왔습니다.

엄마는 당연히 안 만나셨지만, 참 통쾌하셨을 겁니다.

여하튼 이런 경험들 때문인지 교회에 대한 제 이미지는 참 안 좋습니다.

성경을 외우게 하고 시킨 대로 하면 과자를 주는 이상한 짓을 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첫째 딸이 그러는데 학교 앞 교회에서 아직도 이런 짓거리를 하고 있다고 하네요.

저는 과자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런데 교회에서 주는 과자를 먹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나빴죠.

아빠는 과자가 몸에 안 좋고 이빨도 썩는다고 하셨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몰래몰래 과자 살 돈을 주셨죠.

과자 사러 가는 건 거의 제가 했던 것 같은데 너무 신나서 뛰어다녔죠.

과자 사 왔을 때, 가족들이 '벌써 사 왔어?' 하면서 놀라는 게 너무 재밌어서 점점 더 빨리 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학교에서 달리면 늘 꼴찌였습니다.

저는 라면도 좋아하는데 아빠는 라면도 몸에 안 좋다고 먹지 못하게 하셨죠.

라면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인스턴트식품을 못 먹게 하셨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종종 먹고 싶은 것을 해주셨고 이걸로 엄마, 아빠는 늘 다투셨습니다.

집에서는 엄마, 아빠가 이런저런 일로 의견 충돌이 있었지만 우리 집은 화목한 가정으로 기억됩니다.

오래된 앨범 속에 행복한 장면들이 많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