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아빠

전북과학고

밝은영혼 2020. 2. 14. 12:22

제가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정부에서는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 전국에 과학고를 몇 개 만들었습니다.

제가 살 던 곳은 전주인데 전주에서 조금 떨어진 미륵사지가 있는 곳에 전북과학고를 만들었습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작은 학교에 3기로 들어갔습니다. 우리 학년이 입학하면서 학교가 완성된 것입니다.

한 학년에 60명씩 세 학년인데 3학년은 30명 정도였습니다.

2학년을 마치고 반 정도는 카이스트에 입학하기 때문입니다.

 

입학 전에는 1월 한 달간 사전교육을 합니다. 전주에서 학교가 멀기 때문에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저는 물리 경시대회를 1등 하는 바람에 물리올림피아드 겨울 캠프에 가게 되었습니다.

물리 캠프가 끝나고 학교에 와 보니 다른 친구들은 벌써 많이들 친해져 있었습니다.

중학교 동창들도 많이 같이 왔기 때문에 그런 친구들과는 친했지만 나머지들은 좀 어색했습니다.

친구들은 저를 '물리 천재'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과는 다르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어쨌든 성적이 좋은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제가 공부만 열심히 한 건 아니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기숙사가 떠나가라 큰소리로 노래를 틀고 따라 불렀습니다.

소리가 싫은 사람은 일찍 학교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고3 때 제 방에는 서태지와 아이들 포스터도 붙어 있었는데 제 룸메이트도 서태지 팬이었고 노래를 잘 불렀습니다.

저녁 시간에는 거의 날마다 농구를 했습니다.

저녁시간은 6시부터 7시까지였는데 밥을 늦게 먹으면 농구할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밥은 10분 이내로 후다닥 먹고 바로 운동장으로 뛰어 나갔습니다.

밥도 대충 씹어 먹고 바로 그렇게 뛰어다녔는데, 그때는 신기하게도 배가 별로 안 아팠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좌뇌, 우뇌 균형이 맞는 생활이 어떤 것인지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 같습니다.

 

과학고 생활은 참 재미있었습니다. 대체로 나랑 수준이 맞는 친구들과 있으니 편하고 좋았습니다.

중학교 때는 사람도 많고 나랑 수준이 안 맞는 친구들도 더러 있어서 불편했습니다.

저는 비슷한 수준의 사람이랑 있을 때 편안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요?

 

과학고의 장점은 재밌는 실험 도구들이 풍부하게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물리 경시대회의 영향으로 물리가 내 길이구나 생각하고 특별활동 시간에 물리부를 했습니다.

고등학교, 대학교 물리 책에 나오는 실험을 원하면 다 해볼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물리 경시대회에 나가서 입상은 두 번 했지만 대상까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대학은 물리학과에 가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