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아빠

병역특례2 - 게임빌

밝은영혼 2020. 2. 14. 17:55

앞에서 말한 인혁이 형의 친구가 게임 벤처회사를 차렸다고 했습니다.

병력특례 자리도 있다고 해서 인혁이 형 친구를 만나봤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지금 게임빌 사장인 송병준 형입니다.

게임빌은 서울대 동아리에서 시작한 회사라서 서울대 생들이 많았고 다들 젊고 활기찼습니다.

게다가 위치도 제가 살던 낙성대랑 가까웠습니다.

옮기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두번째 병역특례가 시작되었습니다. 세기말을 거친 2000년 일입니다.

이전 회사에서 밀레니엄 버그 때문에 난리 날 거라며 Check2000이란 프로그램을 팔았었는데 아무 일도 없이 2000년을 맞았습니다.

게임빌에는 저보다 한 살 어린 병도라는 친구가 개발팀장으로 있었습니다.

실력은 있었는데 생활이 불규칙해서 회사랑은 잘 안 맞아 보였습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했는데 이게 겉으로 보기에 상대적으로 성실해 보였습니다.

얼마 안 되어서 병도는 회사를 그만두고 제가 개발팀장이 되었습니다.

월급도 꽤나 많이 받았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당시 게임빌에서 제 월급이 제일 많았다고 했습니다.

 

일뿐만 아니라 사람들하고도 재미있었습니다.

한창 인라인스케이트 붐이 일던 때였는데 처음에는 병준이 형이랑 저랑 둘이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러 다녔습니다.

그렇게 둘이 한강변을 달렸습니다. 회사에 인라인스케이트 타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서 같이 여의도 공원도 가고, 올림픽 공원도 갔습니다. 또 그렇게 달리고 나서 술자리도 이어졌습니다. 모임을 많이 할수록 점점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이 추려져 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마음이 아주 잘 맞는 사람들하고는 여행도 다녔습니다.

 

그렇게 계속 즐거울 줄 알았는데 회사가 커지면서 사람도 많아지고 낙성대로 이사를 했습니다.

전보다 훨씬 좋은 사무실에 훨씬 좋은 환경이었는데 저한테는 별로 좋지가 않았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따뜻함이 사라지고 냉랭하고 딱딱한 분위기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결정적으로 게임빌 창업 멤버인 개발이사가 오면서 제 위치가 흔들려버렸습니다.

지금까지 개발 쪽에서는 제가 대장이었는데 제 위로 누가 온 것이죠.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몰랐습니다.

당장은 학교가 1학기 남아있었기 때문에 우선 복학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