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아빠

사랑풍선

밝은영혼 2022. 8. 21. 08:14

아빠, 사랑이 뭘까요?

우리들은 풍선이란다. 우리를 가득 채워주는 게 사랑이지.

 

그럼 저는 큰 풍선이었으면 좋겠어요.

너를 사랑으로 가득 채우면 큰 풍선이 될 거야.

 

얼마만큼 채워야 될까요?

풍선이 예쁜 모양이 될 때까지 채우면 되지.

너무 적으면 쭈글쭈글 모양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너무 많으면 터져 버릴 수도 있으니까.

넣다 보면 네가 바라는 모양이 나오면서 반질반질 빛이 나는 때가 있을 거야. 눌러보면 말랑말랑 하면서.

풍선 밖에도 사랑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니?

 

그래요??

아무것도 없는 것을 진공 상태라고 하는데

풍선들이 진공 상태에 가면 다 터져버리지.

 

나도 채워야 하고 밖도 채워야 하고 너무 어려운 거 아니에요?

알고 나면 어렵지 않아. 그냥 사랑이 많은 곳에 머무르면 돼.

 

사랑이 많은 곳이요? 반질반질 말랑말랑한 풍선이 많은 데 있으면 되겠네요?

일단 사랑이 많다는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더 정확한 표현으로 알려줄게.

정해진 부피 안에 얼마만큼 있는 지를 밀도라고 하는데,

아빠가 말한 것은 사랑의 밀도가 높은 곳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야.

풍선 안에도, 풍선 밖에도 사랑이 많지 않은 그러니까 사랑의 밀도가 낮은 곳에서도

풍선들은 반질반질 말랑말랑할 수 있어.

 

그럼 된 거 아닌가요? 

모양만 보면 문제없어 보이지. 하지만 네가 바라는 밀도가 아니라서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 거야.

네가 바라는 밀도에 가면 너는 다시 쭈그러들거고.

 

쭈그러든 풍선은 싫어요. 모양도 이상하고.

쭈그러든 모양이 예쁘지는 않지.

하지만 사랑의 밀도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면

쭈그러든 모양이 그렇게 나쁘지 않아. 그냥 커가는 단계이니까.

 

아빠는 어떤 풍선이에요?

아빠는 어릴 때 쭈그러든 풍선이었어.

그 초라한 모습이 싫었어.

운 좋게도 아빠는 반질반질 말랑말랑한 풍선이 되었지.

하지만 항상 뭔가 허전한 느낌이 있었어.

그러다가 사랑의 밀도가 더 큰 곳으로 가서 완전히 쭈그러들었지.

지금은 그곳에서 조금씩 사랑을 채워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