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 14

빼곡한 하루

콩이의 불안한 외출 콩이는 길에서 살던 아이다. 그런데 우리 집에 오고 나서 몇 주 동안 집안에만 갇혀 지냈다. 밖에 많이 나가고 싶었을 것이다. 문을 열어 놓으면 방충망에 코를 대고 바람 냄새를 맡곤 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마루에 함께 나가봤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마당으로 내려가서 풀을 뜯어먹었다. 마당 곳곳을 한참 둘러보더니 스스로 집안으로 들어왔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아내가 두 번째로 내보냈을 때 사건이 생겼다. 옥상 계단에 다른 길고양이들이 마당으로 오지 못하게 막은 문이 있는데 콩이가 그 창살 틈으로 나가버렸다. 옥상으로 올라가더니 지붕까지 올라갔다. '그래, 너는 원래 그렇게 살았지.' 콩이를 보내줘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콩이는 걱정이 안 됐는데 둘째가 걱정이었다. 둘째는..

다둥이아빠 2022.10.09

귀가 간지러워요

막내가 아침을 먹다가 귀가 간지럽다고 했다. ---------- 어떻게 하면 좋을까? 1. 귀를 긁는다. 2. 귀를 씻는다. 3. 귀를 판다. 4. 귀를 없앤다. 귀 긁을래요. '귀를 없앤다' 웃겨 ㅎㅎ '귀를 없앤다' 웃기지? 그런데 의사들이 진짜로 그래. 몸이 아프면 아픈 데를 없애버려. 없앤다고 물어보기는 해요? (여기서 아내랑 나는 빵 터졌다. 어리기만 한 것 같은 막내가 이런 핵심적인 질문을 해서 재미있었다.) 응. 물어보기는 해. 그럼 안 한다고 하고 다른 좋은 병원을 찾아가야겠네. 그렇지. 그런데 좋은 병원이 많지 않더라고. 어떻게 고치는지 몰라서 그냥 없애버려. ---------- 순수한 눈으로 보면 세상에 말도 안 되게 웃긴 일들이 많다.

다둥이아빠 2022.10.03

폭풍우

한 차례 폭풍우가 지나갔다. 처남네 식구가 집에 왔다. 콩이가 우리 집에 오고 나서 친척들이 오는 건 처음이라 긴장이 되었다. 처남네도 애가 셋이다. 첫째는 우리 둘째랑 동갑인 딸이다. 둘이서 콩이를 잡으려고 함께 쫓아다녔었다. 그런 콩이가 집에 왔으니 엄청 궁금했을 것이다. 그래서 어제 집에 와서 하룻밤 잤다. 나머지 둘은 아들이다. 우리 막내와 달리 워낙 활동적인 애들이라서 집에 오면 떠들썩하다. 무슨 사고를 치진 않을까 긴장했지만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 위험한 행동을 해서 조금 혼내기는 했다. 마음을 보면 관심과 사랑이 부족한 아이일 뿐인데 겉모습만 보면 말 안 듣는 말썽쟁이이다. 문제는 다른 데서 터졌다. 처남네 첫째와 우리 둘째가 콩이를 데리고 장난을 쳤다. 다리를 벌린 ..

다둥이아빠 2022.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