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아빠

사춘기 딸래미

밝은영혼 2022. 8. 1. 09:29

큰 딸이 중학생이 되면서 방을 따로 만들어 주었다.

그전까지 우리 집은 거실에서 다 같이 모여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 방을 만들어 주었더니 애가 방에서 나오질 않는다.

가족이 다 같이 거실에 모이는 시간은 밥 먹을 때와 같이 영화 볼 때 정도이다.

방에서는 뭘하는지 불도 잘 안 켜고 컴컴하게 있다.

처음에는 저러다가 애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었다.

저렇게 지내다가 어둡고 우울해지면 어쩌나 생각했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큰 애에게는 지금 저런 어두움이 필요한 건 아닐까?

씨앗이 싹을 틔우려면 어두운 땅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어둡고 축축한 흙 속에 있어야 제대로 뿌리도 나오고 싹도 틔운다.

큰 애는 지금 준비 중이다.

엄마, 아빠가 만들어 놓은 씨앗에서 진짜 자신이 되기 위한 준비.

 

그래서 나는 너를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한다.

문득문득 참견하고 잔소리하고 싶지만...
오롯이 너의 싹을 틔울 때까지 기다려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