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이 중학생이 되면서 방을 따로 만들어 주었다.
그전까지 우리 집은 거실에서 다 같이 모여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 방을 만들어 주었더니 애가 방에서 나오질 않는다.
가족이 다 같이 거실에 모이는 시간은 밥 먹을 때와 같이 영화 볼 때 정도이다.
방에서는 뭘하는지 불도 잘 안 켜고 컴컴하게 있다.
처음에는 저러다가 애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었다.
저렇게 지내다가 어둡고 우울해지면 어쩌나 생각했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큰 애에게는 지금 저런 어두움이 필요한 건 아닐까?
씨앗이 싹을 틔우려면 어두운 땅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어둡고 축축한 흙 속에 있어야 제대로 뿌리도 나오고 싹도 틔운다.
큰 애는 지금 준비 중이다.
엄마, 아빠가 만들어 놓은 씨앗에서 진짜 자신이 되기 위한 준비.
그래서 나는 너를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한다.
문득문득 참견하고 잔소리하고 싶지만...
오롯이 너의 싹을 틔울 때까지 기다려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