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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과라면 - 회사 버전

새빨간 사과 새빨간 사과 반질반질 윤나는 사과 빨갛고 초록잎이 하나 붙은 이쁜 사과 달고 아삭아삭 맛있는 사과 달달한 사과 상큼하고 딱딱한 사과 나무 꼭대기에 있는 노랗고 향 없고 딱딱하고 작은 사과 먼저 새빨간 사과 두 분. 빨간 건 내가 최고. 주어진 틀 안에서 돋보이고 싶은 모범생 스타일. 윤나는 사과, 잎이 붙은 사과. 돋보이고 싶은 마음은 비슷한데 조금 더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스타일. 여기서도 세대차이가 ㅠㅠ 달콤한 사과 두 분. 다른 사람의 기쁨이 나의 기쁨.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희생정신을 가진 분들입니다~ 딱딱한 사과 두 분. 상처받기 쉬운 여린 마음을 가진 분들. 좀 더 세심한 배려를~ 새빨간 사과님~ 빨간 사과들 사이에서 새빨간 걸로 돋보이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요? 톡톡 튀는 젊은 아..

다둥이아빠 2022.08.24

내가 사과라면

내가 사과라면, 어떤 사과가 되고 싶나요? 막내에게 물었다. 막내는 맛있는 사과가 되고 싶다고 했다. 사람들이 맛있게 먹고 영양분도 얻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특한 녀석 첫째는 맛없는 사과라고 했다. 먹히기 싫으니까. 사춘기 소녀다운 대답이다. 하지만 맛없는 사과라고 안 먹히지는 않는다. 맛은 먹어봐야 아는 거니까. 둘째는 언니 따라 맛없는 사과라고 했다. 둘째는 언니를 많이 따라 한다. 생각까지도. 아내는 예쁜 사과라고 했다. 먹기에도 아까운 예쁜 사과. 나도 막내처럼 맛있는 사과가 되려 했었다. 그랬더니 맛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한 입씩 먹으려고 했다. 슬펐다. 나의 향긋함과 달콤함을 알아보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게 이 맛을 전해주고 싶었다. 내가 한의원을 그만둔 이유이다. 이제 나..

다둥이아빠 2022.08.23

사랑풍선

아빠, 사랑이 뭘까요? 우리들은 풍선이란다. 우리를 가득 채워주는 게 사랑이지. 그럼 저는 큰 풍선이었으면 좋겠어요. 너를 사랑으로 가득 채우면 큰 풍선이 될 거야. 얼마만큼 채워야 될까요? 풍선이 예쁜 모양이 될 때까지 채우면 되지. 너무 적으면 쭈글쭈글 모양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너무 많으면 터져 버릴 수도 있으니까. 넣다 보면 네가 바라는 모양이 나오면서 반질반질 빛이 나는 때가 있을 거야. 눌러보면 말랑말랑 하면서. 풍선 밖에도 사랑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니? 그래요?? 아무것도 없는 것을 진공 상태라고 하는데 풍선들이 진공 상태에 가면 다 터져버리지. 나도 채워야 하고 밖도 채워야 하고 너무 어려운 거 아니에요? 알고 나면 어렵지 않아. 그냥 사랑이 많은 곳에 머무르면 돼. 사랑이 많은 곳이요?..

다둥이아빠 2022.08.21

사춘기 딸래미

큰 딸이 중학생이 되면서 방을 따로 만들어 주었다. 그전까지 우리 집은 거실에서 다 같이 모여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 방을 만들어 주었더니 애가 방에서 나오질 않는다. 가족이 다 같이 거실에 모이는 시간은 밥 먹을 때와 같이 영화 볼 때 정도이다. 방에서는 뭘하는지 불도 잘 안 켜고 컴컴하게 있다. 처음에는 저러다가 애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었다. 저렇게 지내다가 어둡고 우울해지면 어쩌나 생각했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큰 애에게는 지금 저런 어두움이 필요한 건 아닐까? 씨앗이 싹을 틔우려면 어두운 땅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어둡고 축축한 흙 속에 있어야 제대로 뿌리도 나오고 싹도 틔운다. 큰 애는 지금 준비 중이다. 엄마, 아빠가 만들어 놓은 씨앗에서 진짜 자신이 되..

다둥이아빠 2022.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