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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hole new world

제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을 때 강화도로 가족 여행을 갔습니다. 강화도 옆 석모도 미네랄 온천이 피부에 좋다는 글을 아내가 어디서 봤다고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어떻게 가서 뭐 먹고 뭐 할지 계획을 세웠을 텐데 이번에는 기력도 없고 의지도 없어서 아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가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숙소, 일정, 음식 준비를 아내가 다 했습니다. 저는 그냥 운전만 했습니다. 숙소는 해변에 있는 전망 좋은 곳이었습니다. 거실 창으로 넓은 서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과자랑 빵이랑 간식거리들도 몽땅 샀습니다. 막내 아토피가 다 낫지 않은 상태라서 다른 때 같으면 못 먹게 할 텐데 이번 여행에서는 그런 제약을 다 풀어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막내가 잠자기 전에 빵이랑 과자를 엄청 많이 먹고도 잘 잤습니..

다둥이아빠 2020.02.17

세상 끝에서

막내의 아토피를 고치기 위해서, 그리고 그동안 한의학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의문을 풀기 위해서 제 나름의 새로운 체계를 세우려고 계속 궁리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펑펑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잠도 안 자고 글을 막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작년 1월의 일입니다. 그런 도취 상태가 계속되니 어느 순간 제가 저도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엄마의 보호입원 신청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구로 다나병원에 입원했었는데 그곳은 시설이 열악해서 나중에는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옮겼습니다. 다나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는 재밌는 일들이 많아서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정신병..

다둥이아빠 2020.02.17

아토피 치료법

아이가 아프면 부모는 뭐든 하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초보 한의사인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써본 적이 조금 있던 사상체질 처방도 먹여보고 한의사 카페를 뒤져서 좋다는 약도 먹여봤습니다. 때때로 '나는 한의사인데 왜 이렇게 아는 게 없지?'하고 자괴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의학 공부는 하기 싫었습니다. 지금의 한의학이 뭔가 본질을 잃고 껍데기만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장하게 말하면 이렇고, 그냥 단순히 얘기하면 공부하기 싫었습니다. 책만 펴면 잠이 오더라고요. 약을 먹여보면 처음에는 반짝하고 효과가 있는 것 같다가 금세 다시 나빠졌습니다. 어떤 약은 먹자마자 바로 나빠지기도 했습니다. 아예 효과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면서 먹으면 바..

다둥이아빠 2020.02.17

밝은 한의원 탄생

2017년 초에 집을 수리해서 한의원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한의원 이름은 예전 부터 '강 한의원'으로 생각해 두었었습니다. 제가 '강' 씨이기도 하고 '강한 의원'으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족들이 반응이 별로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낸 이름이 '밝은 한의원'입니다. 제 이름은 병욱(炳旭)인데 '밝게 빛난다'는 뜻입니다. 또 우리말에서 '밝다'는 '잘 알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저는 사람에 대해서 잘 알고 싶기 때문에 한의원 이름에 이런 뜻을 담았습니다. 가족들이 모여서 한의원 이름을 얘기하다가 '밝은 한의원'으로 정해지니 그림을 잘 그리는 첫째가 갑자기 그림을 쓱쓱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 하나가 밝은 한의원 간판에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간판은 동생이 만들어서 제게 선물해 주..

다둥이아빠 2020.02.17

아토피 피부염 어린이

새집으로 이사했을 때 막내는 돌이 지나기 전이었습니다. 바닥을 쓸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막 주워 먹던 때였죠. 그런데 우리 집은 공사 먼지와 여러 가지 부스러기들이 남아있어서 바닥에 있는 걸 함부로 먹으면 안 되었죠. 이사 후부터 막내의 아토피 피부염이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사 전에도 볼이 약간 붉은기가 있긴 했는데, 워낙 침을 많이 흘리던 터라 볼에 침이 묻어서 그런가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토피 초기 증상이었나 봅니다. 볼 벌건게 점점 심해지더니 이제는 진물까지 나왔습니다. 공기 좋은 곳에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막내를 유모차에 태우고 아내랑 인왕산 아래에 있는 수성동 계곡에 자주 갔습니다. 효과가 있었는지 두 살 여름에는 열이 크게 한 번 나고서 피부가 깨끗해졌습니다. 여름 동안에는 괜찮았는데 찬..

다둥이아빠 2020.02.17

우리집 만들기 2

집 지으면 사람이 늙는다고 하지요. 저는 집을 수리만 하는 것이었는데도 흰머리가 엄청 늘었습니다. 처음에 집을 어떻게 고칠지 아내랑 함께 생각할 때는 무척 즐거웠습니다. 작은 공간 하나하나까지 우리 가족이 어떻게 쓸지를 생각하면서 정하니 더욱더 빨리 이사하고 싶었습니다. 동생이 건축학과를 졸업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내랑 저는 하고 싶은 거 전부 생각을 쏟아내놓으면, 동생이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게 정리해주었습니다. 공사는 크게 지붕과 지붕을 제외한 나머지 두 단계로 했습니다. 예산만 넉넉했으면 지붕도 예쁜 기와로 올렸을텐데 예산 부족 문제로 지붕은 강철기와로 했습니다. 철판을 구부려서 기와모양처럼 보이게 한 것인데 이게 좋은 점도 있습니다. 바로 유해 전자파를 막아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다둥이아빠 2020.02.17

우리집 만들기

집 계약을 2014년 가을에 했는데 세입자 계약은 아직 기간이 남아있었습니다. 2016년 초에 입주하면 첫째가 딱 맞춰서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그냥 되는대로 하자'하고 있는데 희한한 일이 생겼습니다. 세입자랑 자꾸 다투게 된 것입니다. 첫 발단은 대출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집값이 부족해서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했는데 세입자의 동의가 필요했습니다. 세입자의 주민등록등본을 받아야 했는데 순순히 보내줘서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얼떨결에 보내준 것이었나 봅니다. 나중에 전화해서 세입자가 있는데 대출을 받으면 어떡하냐고 했습니다. 대출을 받아도 먼저 있던 세입자가 우선순위를 가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지만 기분이 상했던 것 같습니다. 그다음에는 세면대 수리가 문제였습니다. 세면대가..

다둥이아빠 2020.02.17

서촌 한옥

신혼집으로 마련한 집은 경희대 근처의 아파트였습니다. 면적 자체가 좁은 것은 아니었지만 옛날 아파트라서 방이 두 개뿐이고 불편했습니다. 게다가 아이가 셋이나 되고 짐도 많아져서 이사할 시점이 다가왔습니다. 아내는 전에 경복궁 옆에 있는 문화재 보호재단에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그 동네가 청량리보다 공기가 좋다면서 나중에 그 동네에서 살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산 밑에서 사는 게 좋았습니다. 어릴 때 전주에서는 완산칠봉 아래, 고등학교 기숙사에서는 미륵산 아래, 대학교 기숙사에서는 관악산 아래. 산 밑에 살면 가고 싶을 때 손 쉽게 산에 올라갈 수 있어서 좋습니다. 청량리 살 때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북한산이나 인왕산에 찾아갔습니다. 아내와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합쳐보니 자연스럽게 경복궁 근처 동네가 목표..

다둥이아빠 2020.02.17

3의 완성

예전부터 '아이를 몇이나 낳게 될까?'하고 생각해보면 3이란 숫자가 떠올랐습니다. 우리 집도 삼 남매, 처가도 삼 남매이기 때문일듯합니다. 첫째가 3살 되던 해에 둘째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누나, 남동생이랑 3살 터울인데 적당한 나이차 같습니다. 아이들도 3살 터울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신기하게 아이들도 3살 터울 맞춰서 나오더군요. 첫째는 워낙 미모가 출중해서 조리원에서 부터 화제였는데 둘째는 상대적으로 미모는 언니만 못하지만 특유의 귀여움이 있는 매력덩어리입니다. 첫째, 둘째는 서로 쿵짝이 잘 맞아서 둘이 아주 잘 놀았습니다. 그래서 하나 키울 때 보다는 훨씬 덜 힘들었습니다. 둘째를 보면서 태교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습니다. 첫째 때는 아내가 회사에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는데 둘째 때는 ..

다둥이아빠 2020.02.17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몇 년의 기다림 뒤에 한의대에 들어갔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마냥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학교 과목들은 거의 다 암기였는데 이걸 싫어한 한 친구는 중간에 그만두기도 했지요. 저는 꾸역꾸역 외우기는 했지만 내가 뭐하나 싶었습니다. 저는 외우는 거 별로 안 좋아합니다. 핵심적인 규칙만 잘 알고 있으면 굳이 외우지 않아도 모든 상황에 대해서 다 알 수 있으니까요. 마치 물리학처럼. 한의학은 물리학처럼 공부할 수 없는 것일까? 이게 바로 지금의 제가 있게 한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아 보였습니다. 교수님들도 뭔가 이상하고 한의학 책들도 뭔가 빈 틈이 많아 보였지요. 이런 어정쩡한 상황에서 대충 점수가 나올 정도만 공부를 하고 지나갔습니다. 이렇게 한 것 치고는 상황이 괜찮아서 장학금..

다둥이아빠 2020.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