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아빠 119

트루먼 쇼

영화 '트루먼 쇼'에서는 주인공의 삶이 방송으로 송출된다.내 삶도 어딘 가에 방송되고 있다면 아마 방송 폐지 직전일 것이다.재방송만 몇 달째 하고 있다. 몇 달 동안 거의 변화 없는 하루 일과가 반복되고 있다.내용이 재미라도 있으면 그나마 낫겠지만이건 뭐 재미도 감동도 없이 무미건조하다.시청률은 바닥일 거다. 담당 PD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담당 PD가 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어찌 됐든 이 방송 살려야 한다.등장인물을 조금 바꿔서 다르게 할 수 있다.배경이나 콘셉트를 바꿔서 새로운 시즌을 시작할 수도 있다. 변화가 필요하다.하지만 변화가 어렵다.그렇게 한 지점에 눌어붙어 있다.

다둥이아빠 2024.07.12

어린이 치약

얼마 전 막내가 어린이 치약을 뗐다.처음에는 어른 치약이 맵다면서 불평했는데이제는 입안이 개운해서 좋다고 한다.그렇게 막내는 또 조금 자랐다.아이들이 잘 자라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한편으로 서운하기도 하다.아이만이 가지고 있는 귀여운 모습이 조금씩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집에서 어린이 치약이라는 물건이 사라졌다.그와 함께 어린이 치약을 쓰던 어린이도 사라졌다.다음 순서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

다둥이아빠 2024.05.07

장기자랑

첫째가 학교에서 장기자랑에 나갔다. 친구들과 밴드를 꾸려서 'Rolling in the deep'을 불렀다.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꽤 멋졌다. 공연을 보는 학생들도 그렇게 느꼈는지 인기투표에서 두 번째로 높은 상인 최우수상을 받았다. 첫째는 보컬을 하고 싶어 한다. 작년부터 연습도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길을 가려는 아이를 보는 내 마음은 불안하다. 어떤 때는 끼가 없으니 다른 길을 찾으라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괜히 잘 자랄 수 있는 싹을 꺾는 건 아닌지 걱정하기도 한다. 첫째가 겪는 상황들은 부모도 처음이다. 그래서 둘째, 셋째보다 시행착오도 많고 혼란스럽다.

다둥이아빠 2023.10.13

콩이의 캣타워

콩이는 나무를 타고 지붕을 올라 다니던 길고양이였다. 한동안 그 사실을 잊고 지냈다. 집에 나지막한 캣타워가 있긴 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을 것이다. 콩이는 이층침대, 냉장고 위 등을 올라 다녔다. 그러다가 마침내 우리 집 안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오를 수 있는 계단이 완성됐다. 캣타워보다 조금 높게 설치한 해먹인데 이걸 발판 삼아서 대들보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오늘 아침 갑자기 올라가서 먼지들을 흩날리는 통에 정신이 없었다. 덕분에 봄맞이 청소를 하긴 했다.

다둥이아빠 2023.03.17

시간을 달리는 아재

삶이 힘든 사람들에게 흔히 하는 조언은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이다. 현재가 좋으면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맞지만 변화를 원한다면 미래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꾼다. (미래 중에서도 오래된 미래다.) 나랑 함께 갈 사람 손~ ----- 내 눈에 띄면 손 안 들었어도 멱살 잡고 끌려갈 수도 있다. 그건 이미 마음의 손을 든 거니까.

다둥이아빠 2022.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