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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의 캣타워

콩이는 나무를 타고 지붕을 올라 다니던 길고양이였다. 한동안 그 사실을 잊고 지냈다. 집에 나지막한 캣타워가 있긴 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을 것이다. 콩이는 이층침대, 냉장고 위 등을 올라 다녔다. 그러다가 마침내 우리 집 안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오를 수 있는 계단이 완성됐다. 캣타워보다 조금 높게 설치한 해먹인데 이걸 발판 삼아서 대들보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오늘 아침 갑자기 올라가서 먼지들을 흩날리는 통에 정신이 없었다. 덕분에 봄맞이 청소를 하긴 했다.

다둥이아빠 2023.03.17

시간을 달리는 아재

삶이 힘든 사람들에게 흔히 하는 조언은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이다. 현재가 좋으면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맞지만 변화를 원한다면 미래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꾼다. (미래 중에서도 오래된 미래다.) 나랑 함께 갈 사람 손~ ----- 내 눈에 띄면 손 안 들었어도 멱살 잡고 끌려갈 수도 있다. 그건 이미 마음의 손을 든 거니까.

다둥이아빠 2022.11.24

고양이는 야행성?

우리 집 고양이 콩이는 우리가 자면 같이 잔다. 같이 안 놀아주니 심심해서 딱히 할 것도 없을 것이다. 6시쯤 되면 와서 일어나라고 얼굴을 핥고 깨문다. 그렇다. 콩이는 삼대가 덕을 쌓아야 만날 수 있다는 개냥이다. (우리 집안 잘은 모르지만 삼대가 덕을 쌓은 것 같다.) 콩이는 하는 게 참 어설픈 고양이다. 나무에 오르려다 주르륵 미끄러지고 점프하다 착지하면서 철퍼덕할 때도 있다. 그래서 더 귀엽긴 하다. 이렇게 독특한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고양이의 특성에 대한 속설들에 의문이 든다. 고양이가 야행성인 건 고양이가 원래 그러고 싶은 게 아니라 먹고 살려다 보니, 먹이들이 야행성이라 어쩔 수 없이 그러는 건 아닐까? 콩이는 알아서 먹으라고 사료를 넉넉히 챙겨 놓는다. 그러면 알아서 적당히 먹기 때문에 식..

다둥이아빠 2022.11.24

두통에는 쇼핑을, 우울에도 쇼핑을

오늘 오후에 머리가 아파서 회사에 얘기하고 일찍 나왔다. 머리도 식힐 겸 쇼핑을 했다. 집에서 입을 편한 옷을 사려고 했다. 아내에게 예뻐 보이려고 아내가 좋아하는 갈매색의 티셔츠를 찾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매장에 가니 딱 있었다. 바지도 그런 색을 사려고 찾아봤는데 여러 군데를 돌아다녀도 없었다. 그냥 포기하고 무난한 밝은 회색 바지를 샀다. 많이 걸은 덕분에 머리 아픈 것도 나아졌다. 비싼 한약 먹어도 머리 아픈 게 낫지만 남는 게 없다. 쇼핑을 하면 자연스럽게 많이 걸으면서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 머리 아픈 게 낫는다. 그리고 덤으로 옷도 남는다. 걸어 다니면서 하는 오프라인 쇼핑과 머리와 손만 쓰면서 하는 온라인 쇼핑은 정확히 반대의 효과가 있다. 기분이 처지면서 우울할 땐 온라인 쇼핑이 좋다..

다둥이아빠 2022.11.23

막내의 첫 전화

막내가 가장 친한 친구를 집에 데려고 전화를 했다. 나한테 전화를 했길래 데려오라고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에게 전화를 건 역사적인 순간이다. 막내에게 아직 핸드폰은 없고 누나한테서 컬렉트콜 거는 법을 배워서 한 거다. 한참을 기다려도 안 오길래 그 친구 엄마에게 전화했더니 그 집에 가서 놀고 있다고 했다. 아내가 그 집에 가서 막내를 데려왔다. 집에 들어서면서 엄마한테 수십 번 전화를 했는데 안 받았다고 얘기했다. 아내는 '나한테 전화 안 왔는데'라고 가볍게 얘기했다. 이때부터 막내가 울기 시작했다. 엄마가 자기를 안 믿어 준다는 것이다. 아내는 잘 모르지만 그 억울함이 얼마나 큰지 나는 이제 잘 안다. 울고 싶은 만큼 울라고 해도 억울함이 쉽게 가지지 않았는지 여러 번 울었다. 이 시점에 아내를 ..

다둥이아빠 2022.11.22

교회

PC방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서 '우리를 통하지 않고는 진짜 서버에 접속할 수 없습니다. 이용료를 내면 진짜 서버에 접속하도록 해주겠습니다.' 라고 말한다면 '게임 잘하고 있는데 뭔 개소리야. 저리 꺼져.' 라고 말할 것 같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 사기에 당하는 어리숙한 사람들이 있다. 교회에는 신이 없다. 신을 팔아먹는 사기꾼들이 있을 뿐이다.

다둥이아빠 2022.11.21

금아이폰 은아이폰

우리 아이들 첫 핸드폰은 갤럭시 S다. 뒤에 아무 숫자도 붙지 않은 첫 번째 S 말이다. 첫째는 핸드폰을 4학년 때 처음 줬다. 둘째는 친구들과 무리 지어 노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을 고려해서 언니보다 무려 1년이나 빠르게 3학년 때 핸드폰을 줬다. 그 후로 내가 쓰던 아이폰5, 엄마가 쓰던 샤오미를 거쳐서 지금은 할머니가 쓰시던 갤럭시를 쓰고 있다. ----- 나와 우리 아이들은 돌고래 유괴단의 광고를 좋아한다. 아침에도 아이들과 광고를 보면서 깔깔 웃었다. ----- 오후에 막내와 둘째를 데리고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낙엽이 깔린 길을 걷다가 막내가 말했다. '떨어지는 낙엽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 대요.' '왜 떨어지는 걸 잡아야 소원이 이뤄질까?' '그건 깨끗하잖아요.' '그럼 나무에 있는 거..

다둥이아빠 2022.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