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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

내가 달라지고 나서 과거는 돌아볼 것도 없이 지금 상태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게서 답답했던 지난날의 내가 보이면 호되게 질책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쥐뿔도 모르면서도 남의 말 잘 듣지 않고 답답하고 고집스러운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 지난 날의 나는 나쁜 아이가 아니라 불쌍한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있다면 혼내지 말고 안아주고 위로해줘야 했다. 이 우주 어딘가에 있을 그 아이에게 감사와 위로를 보낸다. 고맙다. 사랑한다. 나는 너를 믿는다.

다둥이아빠 2022.11.18

반전

회사에 출근해서 내가 뿌린 씨앗들을 거두어들였다. 사람들이 오해했던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불편하게 느꼈을 것들에 대해 사과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이 남았다. 그녀는 자신이 화분이라면 선인장 같다고 했었다. 지나가는 말로 해서 본인은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도 못하고 있었다. 평소에 그녀는 나를 좋게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별로 관심도 두지 않았다. 그러다 워크샵에 가서 내 생각들에 대해 길게 얘기할 시간이 있었는데 그녀가 새벽까지 재미있게 들어주었다. 오랜만에 내 얘기를 집중해서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니 반가워서 선인장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리고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어서 그것들에 대해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얘기들이었고, 평..

다둥이아빠 2022.11.18

당황

당황스러웠다. 나는 내 마음 내키는 대로 말하고 행동했을 뿐인데 주변 사람들이 아프다고 하면서 나를 원망했다. 분명 내 눈에는 잘못된 부분, 아픈 부분이 보였고 그걸 말했을 뿐이다. 그걸 말하면서 죄책감이나 불안감, 망설임도 없었다. 내가 다시 미친건가? 나는 내 생각대로 살면 안 되는 건가?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혼란스러웠다. 하루 휴가를 내고 엄마를 만나서 집밥을 먹고 얘기를 하고 울었다. 그러고 나니 다시 상황이 제대로 보였다. 나는 나름 치료를 한 거였다. 막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물어보기는 해요?' 귀가 간지러워요 막내가 아침을 먹다가 귀가 간지럽다고 했다. ---------- 어떻게 하면 좋을까? 1. 귀를 긁는다. 2. 귀를 씻는다. 3. 귀를 판다. 4. 귀를 없앤다. 귀 ..

다둥이아빠 2022.11.17

혼자

어제 비로소 내가 혼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족이 있고 직장이 있는 내가 혼자일 리 없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지금 보니 그동안 나의 부자연스러운 말과 행동들은 내가 혼자라는 것을 가리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존재는 콩이 정도다.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직 없다. 그렇게 나는 완벽하게 혼자다. 그래도 내가 나이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 틀린 건 틀렸다고 말하고 흉한 건 흉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껏 그래 왔던 것처럼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

다둥이아빠 2022.11.16

콩이의 발톱

우리 집 고양이 콩이는 발톱을 깎지 않는다. 발톱이 있으면 사람을 할퀼 수도 있고 집안에 있는 물건들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발톱을 놔두는 것이다. 언제든 우리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하게 살펴야 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콩이에게 날카로운 발톱이 없으면 그 귀여움을 참지 못해서 장난감처럼 막 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내에게도 발톱이 필요할까 잠깐 생각했다. 그런데 자꾸 나를 할퀸다. 아내의 발톱은 조금 깎아야 할 것 같다. 나는 발톱이 필요한가?

다둥이아빠 2022.11.10

죽음

한 사람의 죽음이 백 사람의 죽음보다 덜 슬픈 것은 아니다. 지금 사람들은 슬픔조차도 보여주는 대상에만 슬퍼하도록 길들여져 있다. 죽음보다 슬픈 것은 불행하게 사는 것이다. 정작 슬퍼해야 할 것에 슬퍼하지 않는 사람들이 슬프다. 죽음은 게임에서 로그아웃하는 것과 같다. 헤어짐을 슬퍼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헤어짐은 허상일 뿐이다. 우리는 언제나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다둥이아빠 2022.11.01

똥냄새

산길을 가다가 똥냄새나는 사람을 만났다. '저... 똥냄새 나는 데요' '나는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 무슨 참견이오' 부끄러워서인지 화가 나서인지 그 사람은 얼굴을 붉혔다. 그 사람을 또 만났다. '저... 똥 묻었는데요' '나는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 무슨 근거로 그렇게 단정 지어 말하시오?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참견하지 마시오!' 그 사람은 버럭 화를 냈다. 똥냄새나는 사람한테 똥 닦으라고 알려주는 게 그렇게 나쁜 일인가? 본인은 취해서 못 느끼는 냄새를 다른 사람은 느낄 수 있다. 창피한 건 순간이지만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냄새는 계속된다. 그러면 주변 사람이 괴롭다. 혹시 이 순간 나도 악취를 풍기고 있을까? 이 세상을 내 냄새로 가득 채우면 사람들이 구리다고 느끼지 않을 거라는 엉뚱한 상상..

다둥이아빠 2022.10.30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마르요 물 좀 주소 물은 사랑이요 한대수 - 물 좀 주소 내가 달라진 건 나 자신을 사랑하고부터이다. 내가 사랑으로 충만해지면 넘치는 사랑은 주변으로 돌려줘야 한다. 이런 방식을 잘 설명하는 모델이 있을지 계속 생각했다. 그래서 사랑풍선이라는 모델을 만들기도 했는데 뭔가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 그러다가 괜찮은 모델을 생각해냈다. 우리 몸에서 물을 처리하는 것을 사랑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목이 마를 때 물이 있다면 가장 먼저 내 목을 축여야 한다. 나에게 필요 없는 물은 오줌으로 내보내야 한다. 오줌에는 남는 물과 함께 나는 필요 없는 노폐물들이 섞여 있지만 식물들에게는 훌륭한 비료가 된다. 주변으로 사랑을 돌려주지 않으면 자기에 대한 사랑이 지나치게 된다.. 이런 사람은 ..

다둥이아빠 2022.10.26

FASTFIVE, 결혼해 듀오

우리 회사 사무실은 패스트파이브에 있다. 어제 패파에서 재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컵을 실험하고 있다는 뉴스레터가 왔다. 무려 '리유저블 컵'이란 이름을 달고. 재사용보다는 리유저블이 더 멋져 보인다는 생각 자체도 후지지만 패파는 그보다 더 후지다. 패파에 들어와 보면 어떻게 하면 최대 이윤을 끌어낼 수 있을지 생각한 흔적들이 보인다. 사무실 크기도 책상이 최대한 다닥다닥 들어갈 수 있게 해 놓은 데다 책상 자체도 작은 편이다. 공용공간은 최소한으로만 해놓아서 쉴 곳도 없다. 그러면서 많은 혜택을 주는 것처럼 꾸민다. 우유와 시럽을 무료로 준다. 마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 것처럼. 이런 상징을 잘 아는 교활한 사람이 운영하는 것 같다. 출근길에 버스에 붙은 '결혼해 듀오' 광고를 봤다. 성혼 수가 몇십만이..

다둥이아빠 2022.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