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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댓말

둘째랑 얘기하다가 존댓말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아빠, 존댓말 써야 된다고 하는데 존댓말로도 놀릴 수 있지 않아요?' 그렇다. 적절한 지적이다. 조롱은 오히려 존댓말이 제맛이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니까 존댓말을 쓰게 되는 것이지 존댓말을 쓴다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회사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었다. 대표와 이사가 직원들에게 종종 반말을 섞어 쓰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대표랑 이것에 대해 면담을 했다. 대표는 '직원들에게 반말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 진심이 아닌 것이다. 이에 대해 한의사로서 대표님이 직원들에게 마음을 열고 있지 않다는 진단을 해주었고 다행히도 대표님이 상황의 심각성을 받아들였다. 말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이 아..

다둥이아빠 2022.09.09

자살, 저출산

우리가 사는 세상을 온라인 게임에 비유하자면 자살은 게임을 다 즐기기 전에 스스로 접속을 끊는 것이고 저출산은 게임이 인기가 없어서 신규 사용자가 줄어드는 것이다. 게임 사용자가 자꾸 줄어든다고 로그아웃 버튼을 없애버리면 어떨까? 누가 들어도 이상한 해결책이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게임을 끝날 때까지 꾸역 구역 해야 한다. 신규 사용자가 없다고 돈을 좀 뿌려서 사람들을 모아 오면 좋을까? 이들도 역시 게임이 재미없는 것을 금방 알게 될 거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게임이 재밌으면 된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이 게임, 아주 잘 만든 게임이다. 사실 아주 재미있다. 사람들이 재미없어하는 이유는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서 그렇다. 자기 레벨에 맞는 퀘스트부터 순서대로 해야 되는데 뭐가 뭔지도 모르고 인기 있는 퀘스트에..

다둥이아빠 2022.09.08

도미노 피자의 추석

태풍 힌남노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 안 갔다. 나도 휴가를 내고 집에서 점심에 피자를 시켜 먹었다. 추석이라고 피자 박스 디자인이 바뀌어 있었다. 아이들의 반응은 '추석에도 혼자 배달해' '너무 쓸쓸해 보여' 였다. 저 포장을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결재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아이들도 보이는 게 안 보이나?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그냥 이런 참사가 안타깝다.

다둥이아빠 2022.09.06

우리 아들 혹시 천재?

태풍 힌남노가 지나갔다. 그 때문에 애들은 오늘 학교에 안 갔다. 애들이랑 있으려고 재택근무 신청을 했다가 일하기 싫어서 연차로 바꿨다. 뭐할까 하다가 한 번 읽고 버리려고 '논어'를 꺼내 들었다. 얼마 전 아내가 책 좀 버리라고 했다가 다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이래라저래라 말이 참 많다. 쓸만한 말도 있긴 한 데 공자 제자가 한 말은 쓸데없는 말이 많다. 어쨌든 내가 키득거리면서 읽고 있으니 막내가 다가왔다. 어떤 사람이 항상 세 번 생각하고 행동했는데 공자가 '두 번이면 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막내에게 이 말을 해줬더니 어? 세 번 생각해야 되는데요? 할까? 한 번. 하지 말까? 두 번. 해야지(아니면 하지 말아야지). 이렇게 세 번. 이 말에 껄껄 웃었다. 그리고 또 이런 제목이 ..

다둥이아빠 2022.09.06

우영우 = 박은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재미있게 봤다. 배우 박은빈에 대한 칭찬 기사들도 쏟아져 나온다. 우영우는 참 매력적이고 사랑스럽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 배우 박은빈에게서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배우 박은빈. 예쁘고 모범적이다. 하지만 우영우 이외의 다른 캐릭터에서는 매력적이지 않다. 예전의 나랑 비슷하다.(내가 예쁘다는 말은 아니다.) 뭔가 알맹이가 빠져있다. 잘하려는 마음만 있고 뭐가 중요한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영우가 사랑스러울 수 있었던 건 우영우라는 캐릭터가 배우 박은빈을 가장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우영우와 박은빈 모두 무언가를 아주 잘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부족하더라도 솔직한 건 사랑스럽다. 우영우처럼. 박은빈은 우영우 이후에 슬럼프를 ..

다둥이아빠 2022.09.06

귀뚜라미

요즘 집안에 귀뚜라미가 많이 보인다. 올해 유독 마당에 귀뚜라미가 많긴 하다. 들어올만한 구멍은 막는다고 막았는데 어디로 들어오는지 참 신기하다. 예전에는 집 안에 벌레가 있으면 최대한 곱게 잡아서 마당으로 내보냈다. 모든 생명은 귀하다고 배웠으니까. 그러다가 어느 봄에 생각이 바뀌었다. 봄에 문을 활짝 열어 놓으면 기분이 좋다. 그런데 파리들이 들어올 때가 있다. 그러면 좋던 기분이 다시 안 좋아진다. 파리들을 잡아 죽이기로 했다. 동네에 있는 통인시장에 가보면 파리가 길 가운데만 날아다니고 가게 가까이 가지 않는다. 가게에 함부로 접근하는 겁 없고 감 없는 파리는 점점 죽어서 도태되었을 것이다. 우리 집에서도 감 없는 파리들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효과가 있든 없든 간에 집안에 있는 벌레들을 죽이는 ..

다둥이아빠 2022.09.06

짜증에 대한 고찰

첫째 딸은 배가 고프면 엄청 짜증을 낸다. 나도 그랬었다. 그리고 아버지도 그랬었다. 말하자면 집안 내력인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생각해 봤다. 우리 몸은 여러 곳에서 신호를 받는다. 이 신호들을 조합해서 생각이 만들어진다. 이때 어떤 신호에 집중하는지에 따라서 생각이 달라진다. 라디오의 채널을 맞춰서 방송을 듣는 것과 비슷하다. 배고픔은 말 그대로 배에서 나오는 신호다. 그러니까 배고플 때 나는 짜증도 이 신호와 연관이 있다. 단순히 음식이 좀 필요하다는 신호인데 첫째나 아버지의 경우 개체의 생존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로 해석되는 것 같다. 자신의 생존에 위협이 생겼기 때문에 아주 날카로워지고 주변을 살필 여유도 없다. 나의 경우 내가 배고플 때 날카로워진다는 것을 의식하고나서부터는 배고파도 감..

다둥이아빠 2022.09.03

내가 사과라면 - 회사 버전

새빨간 사과 새빨간 사과 반질반질 윤나는 사과 빨갛고 초록잎이 하나 붙은 이쁜 사과 달고 아삭아삭 맛있는 사과 달달한 사과 상큼하고 딱딱한 사과 나무 꼭대기에 있는 노랗고 향 없고 딱딱하고 작은 사과 먼저 새빨간 사과 두 분. 빨간 건 내가 최고. 주어진 틀 안에서 돋보이고 싶은 모범생 스타일. 윤나는 사과, 잎이 붙은 사과. 돋보이고 싶은 마음은 비슷한데 조금 더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스타일. 여기서도 세대차이가 ㅠㅠ 달콤한 사과 두 분. 다른 사람의 기쁨이 나의 기쁨.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희생정신을 가진 분들입니다~ 딱딱한 사과 두 분. 상처받기 쉬운 여린 마음을 가진 분들. 좀 더 세심한 배려를~ 새빨간 사과님~ 빨간 사과들 사이에서 새빨간 걸로 돋보이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요? 톡톡 튀는 젊은 아..

다둥이아빠 2022.08.24

내가 사과라면

내가 사과라면, 어떤 사과가 되고 싶나요? 막내에게 물었다. 막내는 맛있는 사과가 되고 싶다고 했다. 사람들이 맛있게 먹고 영양분도 얻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특한 녀석 첫째는 맛없는 사과라고 했다. 먹히기 싫으니까. 사춘기 소녀다운 대답이다. 하지만 맛없는 사과라고 안 먹히지는 않는다. 맛은 먹어봐야 아는 거니까. 둘째는 언니 따라 맛없는 사과라고 했다. 둘째는 언니를 많이 따라 한다. 생각까지도. 아내는 예쁜 사과라고 했다. 먹기에도 아까운 예쁜 사과. 나도 막내처럼 맛있는 사과가 되려 했었다. 그랬더니 맛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한 입씩 먹으려고 했다. 슬펐다. 나의 향긋함과 달콤함을 알아보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게 이 맛을 전해주고 싶었다. 내가 한의원을 그만둔 이유이다. 이제 나..

다둥이아빠 2022.08.23